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이 유력한 이유는 최종 입지 선정의 주요 평가지표인 ‘연구·산업 기반 구축·집적도’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전에는 기존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단지)가 조성돼 우수 연구·산업 시설과 인력 등 과학인프라가 풍부하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까워 ‘우수 정주환경 조성 정도’나 ‘국내외 접근 용이성’ 항목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벨트 최종 입지 선정에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50%씩 반영됐다. 정량평가는 ▲연구기반 구축·집적도(연구개발 투자정도 및 연구 시설·인력 확보 정도) ▲산업기반 구축·집적도(산업 전반 발전 정도 등) ▲우수 정주환경 조성 정도(교육·의료·문화·소비 환경) ▲국내외 접근 용이성(국제공항 접근성, 대도시 접근성 등) 등이다. 정량평가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전이 우위를 점한다. 대전은 대덕단지에 이미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기업 연구소들이 밀집했다는 점에서 정량평가 지표 대부분에서 다른 후보지보다 월등한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는 게 과학기술계 중론이다.
문제는 분과위원 8인의 ‘표심’이 좌우하는 각 항목별 정성평가(주관적 서술형 역량평가) 부분이다. 과학벨트위원회가 15일 최종 도출한 상위 5개 후보지는 대전과 함께 광주와 대구와 포항, 충북 청원(오송·오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위원 8명이 주관적으로 매기는 각 항목별 정성평가 역시 대전이 앞섰다는 평가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장 큰 요인은 미래를 내다보는 ‘발전 가능성’이다.
대전 대덕단지에는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고급인력 양성기관들과 관련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거점지구인 대덕단지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산하 25개 연구단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핵융합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각종 출연연과 맞물려 거점지구에 통합 설치될 중이온가속기 역시 초고압 투과 전자현미경, 슈퍼컴퓨터 등 기존 연구시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분과위원들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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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정부규탄 궐기대회 15일 경북도청 광장에서 열린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유치 총궐기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대전 유력설’을 성토하는 연사의 연설에 손뼉을 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과학벨트는 ‘단군 이래 사상 최대 과학기술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각 지자체의 관심을 모았다. 3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뿐더러 2030년까지 290조원 이상의 생산유발·부가가치 효과, 130만명의 고용유발이 기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입지 백지화 발언’ 이후 기존 유치 예상지였던 충청권은 물론 광주·대구 등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생결단식 유치전을 벌였다.
사실 과학벨트 최종 입지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와 셈법을 배제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여권이 2007년 대선 직전이나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 과학벨트의 충청권 배치를 약속했던 만큼 충청권을 배제할 때 내년 총선 등에 미칠 정치적 부담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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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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