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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대석] 김문수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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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26 22:02:30 수정 : 2011-04-26 22: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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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은 역사의 부름 있어야… 통일강대국 실현에 큰 꿈"
26일 오후 9시30분 늦은 시각이었지만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지사 공관으로 퇴근하는 김문수 지사의 발검음은 가벼워 보였다. 조금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비행기에서 3일을 자는 5박8일의 빡빡한 방미 일정을 하루 전에 끝낸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미국에서처럼 귀국 후 첫날의 일정도 강행군이었다. 오전 7시 수원에서의 ‘의료선진화 포럼’ 참석에서부터 경기 북부의 연천 선사박물관 개관식 참석까지 이날 하루 모두 5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인터뷰를 위해 공관으로 들어오는 중이었다. 인터뷰 이후에는 도 자치행정국장과 인사과장의 결재 업무가 대기중이었다. 잠을 잊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공관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김 지사는 특유의 언변으로 방미 성과와 국내 이슈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에둘러 대선출마 의지를 피력하면서 “서울 외곽의 경기지사라고 언론이 작게 다뤄 준다”며 불만도 표출했다. 그렇지만 체제를 부정하던 노동운동가에서 애국자로 변신한 그답게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통일 강대국 건설에 대한 열망은 차고 넘쳤다.

―5박8일이란 빡빡한 미국 일정을 소화했는데 성과는.

“외자를 많이 유치하고 미국에 한국의 대표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다. 외자 유치의 경우 미국의 대표적 에너지기업인 GE 등 5개 업체로부터 2억1200만 달러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는데, 각 회사마다 특색이 있고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수 있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특히 GE가 판교 테크노밸리에 투자하기로 한 R&D(연구개발)센터는 GE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전기자동차 등 그린산업 분야의 아시아 허브 R&D센터로 그 유치의 의의가 크다. 전미외교협회(CFR) 초청강연과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와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국제관계,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전미외교협회(CFR)의 김 지사 초청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전미외교협회는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싱크탱크(Think Tank)로 세계질서의 거대 담론을 다루는 외교단체이다. 지금까지 초청된 한국 정치인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2년 정몽준 의원,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전부다. 이 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이 평소 나의 지론인 ‘통일 강대국론’을 거론하며 통일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이번 초청이 그저 이루어진 게 아니다’란 느낌을 받았다. 이는 이 협회에서 나를 한국의 대표적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예우한다는 의미여서 더욱 책임을 느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 경기지사 공관에서 도정과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덕 기자
―한국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나라를 구하는 입장에 서겠다’는 발언은 대선 출마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해석은 자유다. 하지만 발언의 본질은 언론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밝힌 것이다. 어느 시점부턴가 국내에서 나라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 ‘심심하다’며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요구를 자주 받는다. 그 풍토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예일대생으로서 미국의 독립전쟁에 나가 죽음을 맞이했던 ‘네이선 헤일’ 일화를 예로 들었다. 헤일은 죽음이 다가오자 ‘조국을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뿐인 게 안타까울 뿐’이라며 장렬히 전사했다. 이 때문에 단정적으로 보지 말고 내가 공직행활을 해 나가는 마음가짐과 목표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쯤 대선 출마에 대한 자신의 결정을 밝힐 예정인지.

“대선은 본인의 뜻으로 나간다 안 나간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심과 시대정인, 역사의 부름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지사에 재선된 지 1년도 안돼 출마 운운하는 것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때가 되면 나가고 싶지 않아도 나가야 하고, 때가 오지 않으면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것이 대선이다. 그러나 언제나 나라의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세는 갖추고 있을 생각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먼저다.”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존경받는 대한민국상을 만들어가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경쟁할 수 있는 당당한 통일 강대국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시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또 나라사랑과 밑바닥에 있는 서민에 대한 사랑이 시급하다.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키우기 쉬운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단기간에 성공을 거둔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나 자긍심이 낮은 것은 큰 문제이다. 이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정신이 가난한 게 원인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해·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선주자로서 노동·복지분야에 비해 외교·경제분야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외교·경제분야에 특별한 실적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처럼 영어나 국제정치에 대해 능통하지 못하고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2년간 활동했고, 경기지사로 취임해 해외투자 유치 활동을 통해 통상회교 경험을 쌓으며 나름대로 실적도 거뒀다고 자부한다. 실제 민선 4기 동안 전국 일자리의 76%를 창출했고 민선 5기 중에는 평택 고덕 산업단지에 삼성전자를 유치하는 등 대규모 투자 유치도 이뤄냈다. 부족한 부분은 열심히 해 채울 생각이지반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가가 관건이다.”

―‘핵보유’ 문제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입장차를 보였는데.

“현 정부를 포함해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는 비핵화가 전부인 양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이 핵을 보유한 정황이 밝혀지고 핵실험을 강행하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 공격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정치·군사적으로 북한편을 드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나. 우리도 말뿐이 아닌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담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틀은 유지하되 북핵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핵 보유나 개발 등 실질적인 대안이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어느 분야의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가.

“단연 정치개혁이다. 국민에게 희망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줘야 하는 게 정치인데 국내 정치는 반대이다. 국민들은 정치로 인한 절망을 가장 크게 느낀다. 오히려 국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삼성이나 LG 등 기업이다. 하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공천시스템이나 선거제도이다. 공천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소수 권력자에 대한 줄대기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정치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을 위한 공천과 선거제도가 시급하다.”

―같은 일을 해도 오세훈 서울시장에 비해 여론의 평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자신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계획은.

“사실 막막하다. 지금의 심정은 ‘꼭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느낌’이다. 같은 일을 해도 경기도의 일은 언론이 쳐주지 않는다. 이번에 오 시장과 내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 시장은 12명의 기자가 따라갔지만 나는 단 1명의 기자만 동행했다. 그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딱히 개선할 묘안도 없다. 섭섭한 일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이 정치와 경제, 뉴스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만큼은 못해도 다른 시·도보다는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다는 데 위안을 삼고 더욱 열심히 일할 계획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모두 능력 있고 좋은 분들이다. 앞으로 국가 발전에 공헌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좌파에서 우파로 변신했는데, 지금의 김문수가 있기까지 여정을 돌아봐 달라.

“저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해 네거티브 자체였다. 지금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에 대해서는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한민국이 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고, 앞장서서 반국가 활동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고 점점 더 발전해 왔고 소련 등 사회주의를 표방한 국가들이 모두 같은 이유로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이를 통해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위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발전시켜 나온 긍정적 내용을 보게 됐고 국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소명감을 갖게 됐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통일강대국 실현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대담=김환기 전국부장, 정리=김영석 기자, 사진=이종덕 기자

■ 김문수 경기지사 

▲경북 영천(59세)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15, 16, 17대 3선 국회의원(부천 소사)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민선4기 경기도지사(2006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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