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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 쌍둥이 ‘이란성 소설’ 눈길 끈다

입력 : 2011-04-22 18:43:02 수정 : 2011-04-22 1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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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은…’ ‘옷의 시간들’ 출간   매우 이례적인 ‘일란성 쌍둥이 자매 소설가’는 외모와 생각, 생활 방식 등에선 ‘싱크로율이 95%’이었지만, 동시에 출간된 그들의 소설은 ‘이란성 쌍둥이’였다.

1976년생 쌍둥이 자매인 장은진(본명 김은진), 김희진씨가 최근 각각 출간한 장편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와 ‘옷의 시간들’(자음과모음 펴냄)이 그랬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인터넷 웹진에 연재됐다.

먼저 장씨의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전기를 먹고 사는’ 여자 ‘제이’와 상처 입은 두 남자 ‘와이’와 ‘케이’가 소통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제이가 옥탑방에 혼자 사는 열쇠공 남자 와이의 집에 숨어들고, 와이는 제이를 옛 친구 케이에게 떠넘기려 한다. 와이와 케이는 제이의 숲 속 집을 찾아주기로 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소통하게 된다. 제이의 긍정은 도시에서 고립되고 상처받은 두 남자를 포근하게 위무한다.

최근 동시에 장편 소설을 낸 쌍둥이 자매 소설가 장은진(오른쪽)·김희진씨.
자음과모음 제공
장씨의 소설은 상대적으로 단정하고 정제돼 있다. 여운을 남기는 구성은 매끈하고 문장도 나이답지 않게 맛깔스럽다. 특유의 서정성으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서늘했다.

이에 비해 김씨의 ‘옷의 시간들’은 도서관 사서인 오주가 겪는 이별과 새 만남에 대한 이야기다. 오주는 2년간 만난 남자 친구가 떠나고 세탁기마저 고장나면서 찾아간 빨래방 9번 세탁기에서 개성 있는 사람을 만난다. 뭐든 수집한다며 사진기를 들이대는 앞집 여자 조미정,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였던 쾌활한 만화가 조미치, 거리를 떠도는 대학교수 출신의 콧수염 아저씨 등. 그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살아갈 삶의 힘을 얻는다. 김씨가 ‘작가의 말’에서 “어떤 것과 혹은 누군가의 이별을 남겨 두고 간 그 빈자리를 꿰매주고 채워주는 건 시간”이라고 한 이유다.

김씨의 소설은 상대적으로 경쾌하고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기발하다. 대사도 유머러스하다. 문장은 톡톡 튀지만, 그 속에 담긴 사유도 적지 않다.

소설은 동생이 먼저 쓰기 시작했지만, 등단은 언니가 빨랐다. 장씨는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단편에 당선됐고, 소설집 ‘키친 실험실’과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등을 펴냈다. 동생 희진씨도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장편 ‘고양이호텔’을 내놨다. 현재 광주 집에서 함께 먹고 자며 소설을 쓰는 자매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똑같은 복제인간이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자라온 환경이 같고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등 취향도 비슷하며 같은 꿈을 서로 꾸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색깔의 소설을 써가는 중이거든요.”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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