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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과 직관을 충실히 따르는 작가인 유르겐 텔러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모티브를 찾는다. 그는 “패션사진은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의 교감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
“여행, 사람들, 읽은 책들이 영감의 재료가 되지요. 어머니 사진이나 배 나온 아내 등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도 모티브를 찾아요. 평소 보던 것에서 전과 다른 ‘돌출’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오페라 무대를 세팅하는 것처럼 고심하기도 한다. 물론 고객의 목표 달성이 우선시된다. “하지만 상품 자체보다 가방을 든 사람에게 더 흥미를 느끼면 그 사람만의 이야기를 풀어가지요. ‘패션은 즐거운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에서 쉽게 접근 못한 사람이나 장소에 다다르는 기회를 얻는 것을 즐기지요.”
그는 상업과 순수 사진의 경계에서 자유롭다. “모델의 성격을 꺼내 제 작업화하면 상업과 순수 모두를 포괄하게 되지요. 순수와 상업에 유연적이면 ‘일할 자유’도 누릴 수 있지요.” 솔직한 그의 작업태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에선 유명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이자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베컴이 마크 제이콥스 쇼핑백 속에 다리를 벌린 채 들어간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모델에 집중하며 예쁜 장면만을 잡아내려는 대부분의 광고사진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텔러의 사진은 파격적이다. 톱모델인 빅토리아 베컴을 모델로 쓰면서 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벌린 다리만 보여준다든지, 일부러 과다노출을 시켜 사진을 뿌옇게 만드는 사진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제가 패션사진작가인지, 예술사진작가인지 고민하지 않아요. 광고를 찍든, 화보를 찍든 저는 제 일에 충실할 뿐이고 고차원적 예술과 상업적인 것의 경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작업을 갇힌 틀에 집어넣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죠.” 그에겐 ‘사진’이면 그만이다.
4년 전 그는 유원지에서 짧은 팬티를 입은 남자를 보게 된다. 성기가 불쑥 튀어나온 모습에 ‘터치 미’라는 글귀까지 쓰여져 있었다. 유머성과 우연성을 그는 작품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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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 손수레 속에 유명 패션모델 케이트 모스가 거의 나체로 들어가 누워 있는 모습을 찍은 작품. 모델과 이질적 공간의 결합이 환상적 느낌을 준다. |
기법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그는 기법을 최대한 단순화해 인간 오브제에 더 접근하려 한다.
패션 사진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철학도 피력했다.“특정한 앵글을 생각한다기보다는 의뢰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에 맞는 접근을 합니다. 어떤 사진이 의뢰인의 목표에 부합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단순히 유명 인사나 슈퍼모델을 모델로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옷을 걸친다는 것 그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모델이면 됩니다. 옷을 보여주기 위해서 모델의 머리를 사진에서 자르는 식의 사진은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제 나름의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죠.”
사진작가 신디 셔먼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로니 혼, 리처드 해밀턴 같은 유명 미술작가들을 찍은 초상사진도 소개된다. 관람료 성인 5000원. (02)720-0667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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