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매우 심하다. 빗물은, 맨머리로 맞으면 대머리가 되고 건물을 부식시키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산성비는 물론이려니와 때로는 황사비, 방사능 비로까지 돌변할 위험도 있다. 특히 일본 원전 사고로 초래된 방사성물질이 고공에서 빗물에 붙어 내리는 낙진은 생각만 해도 아찔할 듯싶다. 비를 맞는 것조차 꺼리는 상황이니 빗물을 그대로 받아 마신다면 미친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빗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 한다면 곧이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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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무영·강창래 공저/알마/1만5000원 |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평생 연구하면서 빗물이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빗물 예찬론을 펼친다.
“강의 시간에 세 종류의 물을 놓고 가장 물맛이 좋은 것을 가리는 블라인드 시음회를 해봤습니다. 눈을 가린 채 3종류의 물 맛을 본 36명의 학생들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수돗물에 7명, 생수병 물에 6명이 선택했고 나머지 23명은 빗물을 골랐습니다. 빗물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죠.”
학생들도 놀란 이 자그마한 실험에서 한 교수는 빗물이 ‘맛있는 물’임을 실증해주고 빗물의 진실을 풀어헤쳤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빗물을 병에 담아 ‘구름주스’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판다고 한다.
저자는 산성비가 도대체 뭔지 그 정체부터 규명한다. 우리나라 고교 교과서에도 실린 산성비는 거의 ‘괴담’ 수준이다. ‘비를 직접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이 상식처럼 회자된다. 그러나 저자는 “정말 그렇다면 내가 머리카락을 다 심어주겠다”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콜라나 맥주, 오렌지 주스, 사과즙, 요구르트 같은 것들이 산성비보다 100배, 1,000배나 더 강한 산성을 띤다”면서 “유황 온천도 그렇고, 샴푸나 린스도 산성비보다 훨씬 강한 산성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산성비가 내려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한다는 말은 또 어떤가. 저자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언제 적 이야기냐”고 되묻는다. 비는 모두 산성이다. 깨끗한 대기 상태에서 내리는 비도 산성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 내리는 비는 좀 더 강한 산성이 된다. 그러나 실제 빗물의 pH농도는 7∼8 수준이다. 더구나 중화 물질로 가득 찬 땅바닥에 떨어지면 금방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한다. 그런데 무슨 수로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하느냐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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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평생 연구하면서 빗물이 가장 깨끗한 물이라고빗물 예찬론을 펼친다. |
“만일 산성비 때문에 머리가 빠진다면 샴푸와 린스는 속성 대머리 코스가 될 거고, 온천 목욕은 피부 벗기기 또는 녹이기쯤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산성비에 대한 편견은 왜 깨지지 않을까. 한 교수는 “빗물 이론은 환경론자들이나 개발론자(토목마피아) 모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론자들은 그동안 산성비를 근거로 대기오염, 기후변화, 환경 재앙을 경고해왔다. 그러나 그런 강한 산성비는 없거나 또는 아주 드물다고 하니 나의 지적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또 개발론자들은 빗물을 활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이 필요 없다고 하니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의 빗물 이론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빗물은 물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로, 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거든요. 그리고 빗물을 이용하면 대규모 토목사업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토목사업은 큰돈이 오가는 일이고요. 그러니 만만찮은 저항을 예상할 수 있는 거죠. 산성비는 사실 물 문제가 아니라 대기오염에 대한 경고라고 보는 게 합당합니다.”
한 교수는 “수돗물도 사실 빗물을 받아 모은 것으로 빗물의 ‘중앙집중식’이다. 섬 같은 곳에 상수도 시설을 연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땅에 내리는 비는 다 버리고 멀리서 내리는 비를 받아 가둔 물을 수도관을 통해 받아서 쓰는 셈이다. 대개 바다 밑으로 수도관을 연결하는데 엄청난 돈이 든다”고 했다. 산성비뿐 아니라 물 부족 위기론도 부풀려진 것이라고 한 교수는 말한다. 굳이 말하자면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 국가쯤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 내리는 빗물을 생각하면 물 부족이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1년 동안 한국에 내리는 빗물의 양은 대략 1300억t입니다. 그 양의 1∼2%만 제대로 받아도 그들이 부족하다는 물의 양을 충당할 수 있어요.”
한 교수 논리대로라면 요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낙진 빗물(일명 방사능 비)도 중화돼 위험도가 반감된다는 의미일까.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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