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감상하러 온 관객은 귀만 열어두는 게 아니다. 연주자의 기본적인 실력이 우선이겠지만 클래식 초보 감상자들의 열려진 눈에도 자극이 와야 한다. 즉, 귀가 행복한 것은 물론 눈도 사치를 하길 원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이색적인 점 역시 연주자의 외모가 빼어난 경우 관객이 더 많이 몰릴 뿐 아니라 객석에서 꾸벅 꾸벅 조는 관객 찾기가 힘들다. 이런 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안네 소피 무터는 관객들의 귀와 눈을 꽉 붙잡아 두는 ‘여신’ 같은 존재이다.
또한, 바이올린 연주자의 매력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아가다보면 또 다른 바이올린 여신과 가까운 위치의 객석에 자리하는 행운을 거머쥐게도 된다. 일례로 2011 교향악 축제 중 4월 4일(월)에 성남시립교향악단(지휘 임평용)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a단조 Op.99를 감상 하던 중 권혁주의 바이올린 선율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힐러리 한 &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공연과 ‘안네 소피 무터 인 리사이틀 위드 램버트 오키스’ 공연장에서도 또 다른 국내 바이올린 여신을 만날 수 있으리랴.
◆ 4월의 '바이올린 여신' 힐러리 한

21세기를 이끄는 최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는 힐러리 한이 4월 1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무대에 오른다. 외모뿐 아니라 연주기법 역시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얼음공주 이미지 그대로다. 오히려 이 점이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충돌질 한다.
2006년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가진 후, 2007년 엘가 바이올린 협주곡( KBS 교향악단 협연). 2008년에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BBC 필하모닉 협연),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밴쿠버 심포니 협연)으로 똑부러지는 그녀 특유의 스타일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그녀는 17세 때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음반으로 데뷔 후, 그 이듬해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으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음반상인 '디아파종 상'을 받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명문 도이치 그라모폰의 전속 아티스트로도 잘 알려진 그녀는 2008년 발매한 살로넨 협연 쇤베르크. 시벨리우스 협주곡 집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 첫주에 1위로 선정. 23주간 차트에 머무르는 기염을 토했다. 유튜브에 자신의 비디오 채널을 개설(www.youtube.com/hilaryhahnvideos)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바이올린 케이스가 여행 파트너로 함께 생활한다는 기발한 설정이 매력적인 트위터(www.twitter.com/violincase)를 운용중이다.
12일. 힐러리한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터키’를 연주한다. 흔히 ‘터키풍 협주곡’이라고 불려지며 심플하기에 더욱 연주가 어려운 곡으로도 알려진 이번 곡에서 힐러리 한은 어떤 리듬감각과 해석을 내놓을 지 직접 확인해보길. 이외 하이든의 ‘교향곡 제44번 슬픔’, 퍼셀의 ‘샤콘’과 브리튼의 ‘프랭크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힐러리한은 영국 실내관현악단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호흡을 맞춘다. ECO는 18세기 바로크 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명실상부, 영국 최고의 실내 관현악단이다. 악단은 지휘자 또는 솔리스트의 기량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솔리스트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항상 안정된 앙상블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 5월의 ‘바이올린 여신’ 안네 소피 무터

카라얀이 세상을 뜨기 전 13년 동안 음반 및 공연에서 늘 함께해 ‘카라얀의 여인’으로도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5월 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을 찾아온다. 반주는 1988년부터 줄곧 함께 해온 ‘램버트 오키스’가 맡는다.
안네소피 무터는 1976년 루체른 페스티벌을 통해 국제무대 데뷔 후, 이듬해에는 카라안 지휘아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를린 필과 협연하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5월 내한 리사이틀에서, 무터는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멘델스존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V 454,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 네 곡을 들고 찾아온다. 네 곡 모두 그녀가 사랑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선보였던 앨범과 1995년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레퍼토리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씨(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는 “DG에서 발매된 베를린 리사이틀 앨범이나 1995년 내한공연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바이올린의 여왕 무터의 음악세계와 품격이 얼마나 깊고 넓어졌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각별한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무터는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안네-소피 무터 재단’ 장학생들 14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을 직접 지휘 할 계획이다 유럽의 11개 도시를 투어하는 프로젝트로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8중주 Op. 20, 비발디 ‘사계’와 펜데레츠키와 프레빈이 안네-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으로 바이올린과 더블 베이스를 위해 자곡한 작품 등이 연주된다.
또한 그녀의 오랜 리사이틀 파트너인 램버트 오키스와 함께, 독일,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미국에서 드뷔시, 멘델스존, 모차르트, 그리고 사라사테를 연주할 계획이다. 보스턴과 피츠버그에서는 2011/2012 시즌 오프닝 갈라 공연을 제임스 레바인, 만프레드 호네크의 지휘하에 각 도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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