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제2함대 소속 진해함(1220t) 소나(음파탐지기) 모니터에 밝은 불빛이 반짝거렸다. 어뢰가 나타난 것이다. 진해함과의 거리는 약 3.6㎞. 적 잠수함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함교에 선 윤현중 함장(중령)은 망원경을 눈에서 떼지 못했다. 주변에선 각종 정보가 시끄럽게 쏟아졌다. 함장이 판단할 차례였다.
“적 어뢰 발견!”
적성(敵性)선포다. 다가오는 어뢰를 적의 도발에 따른 것으로 결정하고 전투태세를 명령한 것이다. 진해함은 일단 어뢰를 피하는 회피 기동에 나섰다. 육중한 진해함이 한쪽으로 쏠렸다. 함미에서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보라가 일었다. 방향을 급히 바꾼 것이다. 최고 속력이 32노트(약 시속 59㎞)에 달하는 진해함은 어렵지 않게 어뢰를 따돌렸다.
다음은 대응 공격 차례였다. 함장은 공격 준비명령을 내렸고, 작전관이 즉각 반응했다.
“공격 준비됐습니다.”
즉각 어뢰가 발사됐다. 소나 등 상황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작전장교가 직접 명령을 내린 것이다. 물 속을 소리없이 날아간 어뢰는 곧 가상 적 잠수함 중앙을 강타했다. 함장은 잠수함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를 확인한 뒤 전투배치를 해제했다.
“상황 끝!”
함교 내에 팽팽하게 감돌던 긴장이 그제야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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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 회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 천안함 46용사와 구조활동 중 순국한 고 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려놓고 분향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대잠작전에 앞서 대공작전도 진행됐다. 진해함은 북쪽 상공에 출현한 가상 적기를 35마일 밖에서 사전 추적했다. 함수에 탑재된 76㎜, 40㎜ 함포 2문은 거대한 덩치를 날렵하게 움직이며 가상 적기를 격추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제2함대에 많은 것을 남겼다. 부대원들은 그날 이후 절치부심하고 결전의 의지를 다졌다. 지난 1년간 수없이 반복된 전술훈련으로 그 어떠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능력을 키웠다. 진해함의 경우 전투상황 발생 시 40초 내에 모든 병사가 제 위치에 배치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 윤 함장은 제2의 천안함 사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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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제2함대 소속 진해함 승조원들이 18일 서해상에서 훈련 도중 어뢰발사기 앞에서 어뢰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해상 진해함=안석호 기자 |
사병들도 영해 수호의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
“천안함 전우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어뢰 발사 조작을 맡은 병기병 이영도(20) 일병의 말이다.
서해상 진해함=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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