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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보다 외가가 더 좋아요”

입력 : 2011-02-23 02:03:23 수정 : 2011-02-23 0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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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정책硏, 중고생 설문조사
가장 가까운 친척은 이모·외삼촌 順
부계 → 모계 중심으로 가족개념 변화
중학생 박모(14·서울 강동구)군은 초등학교 때까지 외가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았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에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이젠 방과 후에 알아서 학원도 가고 식사도 챙기게 됐지만, 박군은 요즘도 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면 외가를 찾는다. 외가가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는 데다 어려서부터 지내 집처럼 편해서다. 저녁 늦게까지 외가에 있는 날엔 외삼촌에게 숙제할 때 모르는 걸 물어보고 인생 상담도 한다. 외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친가를 찾을 일은 별로 많지 않다. 박군은 “엄마·아빠와 있는 시간보다 외할머니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 어떨 땐 외가 식구가 우리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큰집에는 명절 때나 가족 모임이 있을 때가 아니면 혼자선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란 질문은 자녀들의 영원한 난제일지 모르나 ‘엄마 쪽이 좋아, 아빠 쪽이 좋아?’란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7월 중·고교생 69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박군처럼 청소년들은 친가보다 외가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세대 간 의식구조 비교를 통한 미래사회 변동 전망:가족과 가정생활에 관한 의식 및 가치관을 중심으로’를 22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을 고르라’는 질문(복수응답)에서 ‘이모’를 꼽은 응답자가 83.4%로 가장 많았다. 외삼촌이 81.9%로 뒤를 이어 고모(81.7%)와 큰아버지·작은아버지(79.8%)를 앞섰다. 친가보다 외가 쪽 친척을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낀다는 뜻이다. 큰어머니·작은어머니(78.2%)나 친사촌(78.0%), 고모부(77.5%)보다도 이모부(78.7%)나 외숙모(78.6%)에 대한 친밀감이 더 높았다.

이처럼 청소년이 외가 쪽 친척을 더 가깝게 느끼는 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워킹맘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과거에 비해 결혼 후에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이 늘면서 친정에 자녀를 맡기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가 친적과 접촉 빈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가족으로 여기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오랫동안 기른 애완동물’을 꼽은 응답 비율도 57.7%로, ‘촌수가 멀지만 가까운 친척’(49.9%)이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32.1%)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부모세대와 달리 ‘출가외인’으로 상징되는 부계 중심의 가족관이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청소년의 가족 개념이 부계·혈연 중심에서 점차 모계·생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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