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두 마리” 하고 세는 재미가 매력
빙어낚시의 계절이 돌아왔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자를 따서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빙어가 원래 바닷고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의 댐이나 저수지에서 번식하는 빙어는 대부분이 1925년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도입하여 육봉화한 것이다. 소양호, 춘천호, 합천호, 안동호의 빙어들은 1970∼80년대 일본에 수출하여 소득을 올리기 위해 이식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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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둘러서서 빙어를 낚는 모습. 빙어 한 마리에 소주 한 잔. |
한반도가 시베리아보다 더 추웠다는 15일 빙어낚시의 메카 소양호로 차를 몰았다. 도로가 워낙 잘 되어 있어 새벽 4시에 출발하니 2시간 만에 인제 신남 선착장 부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부터 신남에 도착할 때까지 문을 열어놓은 낚시가게가 하나도 없었다. 낚시를 하려면 미끼가 있어야 하는데, 미끼를 파는 낚시점이 없으니 말짱 도루묵이다. 미끼를 사러 인제 읍내까지 갔다. 그러나 인제읍에 있는 가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혹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좀 빌려서 하자는 생각으로 인제대교로 다시 차를 돌렸다. 해가 떠오르지 않아 깜깜한 상황에서 새로 생긴 인제대교 옆 구교로 가 보았지만 낚시꾼은 하나도 없고 얼음 언 황량한 강만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캄캄해서 강 위에 내려설 엄두도 못하고 다시 신남 선착장 쪽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해마다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이지만,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축제가 취소됐다. 선착장 쪽에는 아직 결빙이 완전히 되어 있지 않고 물만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제야 해가 뜨면서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열어놓은 가게도 없어 계속 헤매는 상황. 다시 인제대교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구교로 가는 샛길로 들어서니 매점 비슷한, 라면도 팔고 커피도 파는 가게가 불을 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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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따라온 꼬마 조사의 귀여운 모습. 제법 진지하다. |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강으로 내려갔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얼음 구멍 흔적이 보였다. 강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또 최근에는 여기 온 적이 없었기에 혹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마 영하 18도에 제대로 얼지 않았으랴 하는 생각으로 용감해지기로 하고 강심 쪽으로 조금 나아가 얼음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사실 빙어낚시의 매력은 이 구멍뚫기에 있다. 대형 얼음끌로 얼음을 찍으면 ‘쩡’하는 소리가 빈 강으로 퍼져나가다가 맞은 편 산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쩡, 쩡’ 하는 소리가 울리면 아무리 추워도 몸에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구멍을 뚫어보니 50cm 정도의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다. 미끼를 달고 첫 입수.
소식이 없다. 동쪽 산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었다. 그제야 2, 3명씩 혹은 가족단위로 낚시객들이 강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들도 얼음 구멍을 뚫는다. 한동안 ‘쩡, 쩡’ 소리가 소양강 상류로 울려 퍼진다. 한 한 시간을 열심히 낚시 했을까.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원래 빙어는 한 마리로 승부를 거는 고기가 아니다. 그 작은 멸치 같은 놈, 한 마리 잡아서 뭐하겠는가. 그 추위에. 고추 찌를 달아 놓고 고추 찌가 여러 번 쏙쏙 연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한 마리, 두 마리, 하고 세는 것이 빙어낚시의 매력이다. 좀더 강심으로 나아가서 또 구멍을 판다. 이번에는 아예 두 군데를 판다. 땀이 솟는다. 다시 입수. 그래도 영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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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낚시터의 정겨운 풍경. 가족단위 낚시객이 많다. |
강 위 얼음판 여기저기에 다니기 시작한다. 원래 빙어란 놈도 다니는 길이 있다. 즉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얼음 구멍 중에서 나오는 곳이 반드시 있게 마련인 것이다. 한참을 다니다가 유독 혼자서만 여러 마리를 잡는 낚시꾼을 발견했다. 양해를 구하고 그 바로 옆에 구멍을 뚫었다. 그제야 빙어가 한 마리 두 마리 간간이 올라온다. 파닥거리면서 올라오는 빙어가 예쁘다.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렇게 빙어낚시는 본격적인 낚시라기보다는 그저 휴일의 축제 혹은 행락의 소일거리 정도인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열심히 낚시를 한다. 한 스무 마리 잡았을까. 정오가 지나면서 추위에 지쳐 낚시를 마감한다. 물과 얼음과 함께 빙어를 아이스박스에 담으면 서울까지 가도 이놈들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나는 꼭 살려가기로 마음먹고 성실하게 한 줌의 빙어를 담는다. 주말마다 낚시 가는 남편의 전리품을 기다리지도 않는, 아내에게 싱싱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문학평론가 hbooks@empas.com
팁: 빙어낚시는 3월 초까지 이어지는데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 등지에는 조과가 요즘은 오히려 빈약하다. 가족나들이로 즐기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저수지를 택하는 것이 조과면에서 유리하다. 강화도의 분오리지나 황청저수지, 양평의 백동지, 괴산의 증평지, 용인의 두창지, 음성의 사정지, 안성의 금광지 등이 유명하다. 입어료로 5000원에서 10000원까지 받는 곳도 있는데 대개는 성인 남자 1명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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