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할 만한 점은 영예의 1위로 선정된 장면이 벤치키스, 거품키스, 격정키스, 파티키스, 첫날밤 침대키스 등 시청자들을 황홀하게 했던 그 많고 많은 키스신이 아니라 윗몸 일으키기 고백신이었다는 사실이다. 키스신은 4위와 6위에 올랐다.
이는 최근 ‘시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등장인물들이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는 내용과 남녀 주인공의 장시간에 걸친 키스 장면을 방송하고, 이를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경고를 받은 사실과 어우려져 또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1위로 뽑힌 윗몸 일으키기 고백신은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을 향해 “길라임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라는 ‘닭살 멘트’를 날리는 계기가 됐던 장면이다. 라임을 마음에 두고 있던 주원이 액션스쿨에 훈련생으로 입고해 윗몸일으키기를 파트너 없이 할 수 없다고 떼를 써서 라임이 다리를 잡아주면서 이뤄졌다.
윗몸 일으키기를 할 때마다 라임의 입술이 닿을락 말락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는 주원과 수줍어하면서 피하는 라임의 모습이 대조를 이뤄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곁들여진 인터뷰에서 하지원(33)은 “키스 보다 더 설렜다”고 고백했다. 현빈(29)은 “설렜던 것도 있고, 힘들었던 것도 있다”며 “실제로 윗몸 일으키기를 방송에 나온 것보다 더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시청자들과 같은 기분이었음을 밝혔다. 김 비서를 연기한 김성오(33)는 “그 장면은 그냥 드라마나 화면을 안 봐도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장면이다. 사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부러워 했고, 라임의 친구 임아영 역을 맡았던 유인나(29)는 “숨을 참으면서 봤다”고 말했다. 윗몸일으키기 촬영을 함께 한 액션스쿨 선배 황정환 역의 장서원(29)은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2위는 뇌사에 빠진 라임을 살리기 위해 영혼체인지를 결심한 주원의 애절한 이별 편지신이었고, 3위는 주원과 헤어질 것을 강요하며 라임의 부모를 거론하는 주원 어머니 문분홍 여사(박준금) 앞에서 보인 라임의 한 맺힌 폭풍 눈물신이었다.
4위는 전국의 청춘 남녀들을 부러워하게 만든 주원과 라임의 거품키스신, 5위는 뇌사에 빠진 라임과 영혼 체인지를 위해 비구름 아래로 차를 몰고 가기 직전 주원 라임 이마에 입을 맞추는 차 속 이마 키스신이 각각 차지했다.
6위는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주원과 라임의 파티 키스신, 7위는 라임 아버지(정인기)의 내러이션으로 ‘소방관의 기도’가 깔리는 가운데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주원을 표현하는 현빈의 열연이 돋보인 엘리베이터 사고신, 8위는 사랑을 위해 영혼체인지를 통해 라임 대신 뇌사에 빠져든 사촌동생 주원을 향한 오스카(윤상현)의 눈물신, 9위는 촬영장에서 만난 첫사랑 오스카에게 뮤직비디오 감독 윤슬(김사랑)이 쏟아내는 실연 상처 고백신, 10위는 액션스쿨 MT에서 주원과 라임이 나란히 누워 눈빛만으로 마음을 교환한 눈빛키스신이었다.
‘시크’는 가슴에 촉촉히 젖어드는 대사와 눈길을 뗄 수 없게 하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답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의미있고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몇몇 장면들은 아예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라임에게 무리한 스턴트를 강요한 영화감독에게 주원이 라임을 가리키며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이고, 전도연입니다”라고 통쾌한 멘트를 내질렀던 백화점 스턴트 촬영신, 영혼이 제자리를 찾은 뒤 퍼붓는 빗속 대문 앞에서 주원이 라임을 감싸 안은 포옹 신, 모든 기억을 되찾은 주원이 라임을 향해 달려가는 신, 오스카가 윤슬 앞에서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신 등이 대표적인 탈락신이다.
아울러 전국 기준 35.2%(AGB닐슨)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면서도 치명적인 방송 사고와 논란을 자초한 엔딩 등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최종회(제20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은 SBS가 선정한 명장면에 하나도 채택되지 않아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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