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건설현장 식당)비리 사건으로 초상집과 다름없는 경찰이 최근 총경 이상 현직 간부 560여명한테 이 사건 연관성을 묻는 ‘자진신고서’를 받은 데 대해 13일 경찰 안팎에서 “자충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고위직 출신들이 검찰의 1차 타깃이 된 상황에서 경찰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2일 밀봉한 편지를 통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자진신고 받은 결과를 공개했다. 총경 이상 간부 41명이 함바 비리 핵심인 유상봉(65·구속 기소)씨와 접촉했고, 이 중 5명은 현금이나 와인, 홍어 등 금품을 받았거나 받은 뒤 돌려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대다수가 청탁을 거절한 사람이고, 금품을 받았더라도 관행에 비춰볼 때 수사나 징계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조 청장)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자진신고서 확보라도 나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찰이 순순히 내줄 수도 없는 데다 ‘증거 인멸’ 논란 탓에 “폐기되고 없다”고 맞설 수도 없다. 경찰 일각에서 조 청장의 양심고백 조치가 불필요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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