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허리 닮은 겹겹이 쌓인 산줄기들 한눈에
단종비각, 유배지서 죽음 맞은 단종의 영혼 위로
겨울 산행은 추위를 이기는 과정이다. 두꺼운 점퍼도 모자라 옷을 겹겹이 걸쳐 입고, 목구멍에서 뜨거운 입김을 연방 품어내면서 걸어야 하는 겨울 등산은 여간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수북이 내린 눈이 푹신한 양탄자를 걷는 듯한 기분을 자아내게 하는 겨울 산행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해발 1567m)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산이다. 그만큼 겨울풍경이 일품이다. 아름다운 설경과 죽어서도 천년 동안 제자리를 지킨다는 주목(朱木)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에는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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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태백산 주목 군락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의 꼭대기엔 전날 녹아 흐르던 물기가 다시 얼어붙어 상고대가 되었고, 키 작은 나무에는 눈꽃이 피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상고대는 붉은빛으로 물든다. |
유일사에서 주목 군락지까지는 그다지 힘들지 않고 30∼40분만 걸으면 된다. 주목 군락지 부근에 올라서면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소복이 눈이 내려앉은 주목의 꼭대기엔 전날 녹아 흐르던 물기가 다시 얼어붙어 상고대가 된다. 상고대가 활짝 핀 주목 위로 빛이 반사돼 반짝이고,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든다. 여명을 받은 주목과 상고대가 한데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내는 순간은 한 해에 몇 차례밖에 볼 수가 없다. 눈이 내려야 하고, 전날 눈이 녹아 주목에 물기가 맺히고, 당일 아침엔 몹시 추워야 하는 삼박자를 갖춰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태백산 주목 군락지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2800여 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에 오르면 호랑이 등허리를 닮은 겹겹이 쌓인 산줄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일출과 설경드라이브코스로 잘 알려진 함백산과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인 매봉산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는 매봉산의 풍력발전단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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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초입에서 만나는 잎갈나무 사이의 눈 덮인 오솔길.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앙상한 가지 위에 소담스런 눈이 내려앉았다. |
정상에서 맞는 겨울바람은 매섭기가 그지없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파고들어 가지고 간 모든 옷을 걸쳐야만 견딜 수 있다. 천제단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부소봉(1546m)이다. 단군의 아들인 부소왕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천제단과 부소봉의 중간, 갈림길에서 태백시 방향으로 내려서면 망경사가 나온다. 장군봉 하산길에 만나는 만경사는 태백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자형으로 지어진 산사가 독특하다. 신라 진덕여왕 6년 태백산 정암사에서 말년을 보내던 자장이 문수보살 석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암자다.
그 옆에는 ‘단종애사(端宗哀史)’를 기억하게 하는 ‘단종비각’이 세워져 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은 조선 6대왕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비각 안 비석에는 ‘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선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단종이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망경사 아래에는 ‘용정’이라 불리는 샘물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로 알려진 용정은 개천절에 천제를 올릴 때 제수로 쓰인다. 한국 명수 100선에 들 만큼 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백단사와 당골광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반재. 여기서 깔딱고개와 장군바위로 이어지는 당골계곡을 따라가면 광장이 나온다.
요즘 당골광장엔 눈과 얼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겨울 태백산의 또 하나의 명물인 눈조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태백산 눈축제가 취소됐지만 21일부터 30일까지 눈과 얼음으로 만든 초대형 조각작품을 만날수 있다. 국내외 작가들이 만든 ‘세계의 불가사의 존’과 ‘애니메이션 존’ 등에 전시된 다양한 눈 조각 작품이 관광객을 맞이하게 된다.
태백=글·사진 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 여행정보
◆가는 길=서울을 기준으로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제천 나들목에서 나와 38번 국도 정선, 고한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태백산으로 가려면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유일사나 당골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코레일(1544-7788)에서 운영하는 ‘눈꽃열차’를 이용하면 겨울철 태백산을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묵을 곳=태백(지역번호 033)에는 대형숙박시설로는 콘도시설로 오투리조트(580-7000), 태백산 민박촌(553-7440)이 있다. 소도동과 황지동에 스카이호텔(552-9912)과 이스턴호텔(553-2211) 등이 있으며 아늑한돌집(553-3432) 등 민박도 있다. 태백시관광안내소(550-2828)에서 숙박시설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먹을 곳=태백에는 한우와 닭갈비가 유명하다. 황지동과 상장동에 한우생고기 음식점이 몰려 있다. 서학한우촌(553-0003) 태백한우골(554-4599) 한우마을숯불갈비(552-5449)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대명닭갈비(552-6515)와 태백닭갈비(553-8119), 강산막국수(552-6680)도 유명하다.
◆가는 길=서울을 기준으로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제천 나들목에서 나와 38번 국도 정선, 고한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태백행 직행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태백산으로 가려면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유일사나 당골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코레일(1544-7788)에서 운영하는 ‘눈꽃열차’를 이용하면 겨울철 태백산을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묵을 곳=태백(지역번호 033)에는 대형숙박시설로는 콘도시설로 오투리조트(580-7000), 태백산 민박촌(553-7440)이 있다. 소도동과 황지동에 스카이호텔(552-9912)과 이스턴호텔(553-2211) 등이 있으며 아늑한돌집(553-3432) 등 민박도 있다. 태백시관광안내소(550-2828)에서 숙박시설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먹을 곳=태백에는 한우와 닭갈비가 유명하다. 황지동과 상장동에 한우생고기 음식점이 몰려 있다. 서학한우촌(553-0003) 태백한우골(554-4599) 한우마을숯불갈비(552-5449)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대명닭갈비(552-6515)와 태백닭갈비(553-8119), 강산막국수(552-6680)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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