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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인구이야기 Ⅱ

관련이슈 심훈 교수의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입력 : 2010-12-08 22:52:30 수정 : 2010-12-08 22: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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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안선 길이 세계5위권… 상대적으로 인구 과밀하지 않아
인구 1인당 길이 0.23m… 러시아 등 8國만 더 길어
평야도 세계적 규모… 수많은 인구거주 ‘필요조건’
문 1:세계에서 해안선이 가장 긴 해안 국가는?

답 1: 캐나다입니다. 캐나다의 해안선 길이는 20만2000㎞로 세계 2위 해안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5만4700㎞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문 2: 그렇다면 세계 3위 해안 국가는?

답 2: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해안선 길이가 3만7600㎞로, 4위 필리핀(3만6200㎞)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5위에 해당하는 국가가 바로 한국의 이웃인 ‘일본’이라는 것입니다. 해안선 길이만 2만9700㎞로, 대륙 국가인 호주의 2만5700㎞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본 일본 열도. 오른쪽 아래, 초록색이 아주 옅은 부분이 간토 평야 지역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일전에 한반도의 3∼4배 인구가 몰려 살아온 일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그 연장선상에 해당하는 해안선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자면, 해안선 길이는 조사 기관과 국가의 이해 관계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상이다. 예를 들어,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국가별 해안선 길이에 따르면 일본은 2만9700㎞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 해사광보협회(海事廣報協會)가 발표한 자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일본의 해안선 길이는 CIA 자료보다 20%가 더 늘어나 3만6000㎞에 달하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의 해안선 길이는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한 계단 더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2만9700㎞이든 3만6000㎞이든 미국의 해안선 길이가 약 2만㎞이며 중국이 1만4500㎞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해안선 길이가 국토 면적에 비해 얼마나 긴지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국토가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칠레 역시 해안선 길이가 6400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해안선 길이는? 국토의 북부만 대서양에 인접해 있는 독일(2389㎞)과 비슷한 수치로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413㎞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해안선 길이가 가장 긴 홋카이도만 해도 그 길이가 4402㎞에 달하며, 2위에 속하는 나가사키 현 역시 4196㎞로 한반도를 가뿐히 앞지르고 있다.

말이 좋아 3만6000㎞이지 적도 둘레가 약 4만㎞라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일본 해안선의 길이는 적도 둘레의 8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세계일보에 ‘신일본견문록’을 연재하기 시작한 초기, 필자는 일본 열도가 얼마나 길게 뻗어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당시, 예로 꺼내 든 이야기는 도쿄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의 거리보다 서울에서 히로시마까지의 거리가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볼 때, 일본에 1억명 이상이 몰릴 수밖에 없는 지리학적 현실은 점점 더 수긍이 간다.

CIA의 자료로 부연하자면 인구 1인당 해안선 길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일본(0.23m)보다 조밀한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경우 인구 1인당 해안선 길이가 0.17m이며, 말레이시아는 0.19m, 영국은 0.21m로 모두 일본보다 짧다. 그러고 보니 세계 2위의 해안국가인 인도네시아조차 인구가 2억5000만명에 달하지만 인구 1인당 해안선 길이는 0.22m로 일본보다 약간 짧다. 반면 일본보다 인구당 해안선 길이가 더 긴 국가(인구 1000만명 이상)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0.26m), 쿠바(0.33m), 칠레(0.40m), 호주(1.27m), 캐나다(6.11m) 등 8개국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해안선의 길이에 비례해 볼 때 일본의 인구는 절대로 과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타 국가에 비해 유달리 긴 일본의 해안선은 국토의 70% 이상이 험준한 산악으로 뒤덮인 열도에서 예로부터 수많은 인구가 거주할 수 있었던 필요 조건을 제시해온 셈이다. 평지가 많은 해안가에 모여 살면서 문화를 형성하고 문명을 일궈 나간 인류사와 같은 맥락이라고나 할까? 더욱 인상적인 사실은 이렇게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평야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규모의 땅덩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신칸센을 타고 간사이 지방으로 향하다 보면 왼편으로 끝없는 지평선이 한동안 펼쳐진다. 사진은 신칸센 안에서 차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
도쿄에서 전차를 타고 동쪽이나 서쪽으로 향할 경우 차창을 통해 남북 양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전경을 목격하게 된다. 동서 길이가 130㎞에 이르며 남북 길이도 100㎞에 달하는, 면적 1만5000㎢의 간토(關東) 평야가 바로 그것이다. 충청남·북도를 모두 합친 크기에 해당하는 이 같은 면적은 한국에서 가장 넓다는 호남 평야가 1600㎢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무려 10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평야는 비단 간토 지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고야를 거쳐 간사이(關西) 지방에 위치한 오사카로 가는 동안에도 태평양 연안으로 계속 펼쳐진다. 이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그의 저서 ‘축소 지향의 일본인’을 통해 결코 작지만은 않은 일본을 상기시키며 무사시노(武藏野) 들판의 광활함을 거론하고 있다. 무사시노 들판이란, 도쿄 서부에 있었던 평야 지대로 지금은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된 지역이다. 그렇다고 이같이 드넓은 평지가 일본의 본토인 혼슈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홋카이도 역시, 네무로(根室)와 구시로(釧路)에 걸친 광대한 들녘인 곤센겐야(根釧原野)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일본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인 간토 평야는 역사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열도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온 병참기지였다. 예를 들어, 도쿠가와 이에야스 당시 간토 평야가 생산할 수 있는 쌀의 양은 일본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연간 200만석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쌀 한 석(淅)이란 성인 남자 1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소비량으로, 20㎏들이 쌀 포대 6∼7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렇게 볼 때, 이미 400여년 전, 20만t 이상의 쌀을 생산할 수 있었던 간토 평야의 저력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만 대군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래서일까? 끝도 없이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간토 평야의 광활함을 부담스러워한 미나모토 요리토모(源賴朝)는 간토 평야가 끝나는 남쪽 끝, 삼면이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가마쿠라(鎌倉)에 일본 최초의 무사 정권을 세웠다. 그러고 보니 간토 평야는 ‘에조’라 불리는 혼슈 동북부 지방의 오랑캐들을 토벌하기 위한 대규모 정벌군의 전초 기지이자 야영지로도 자주 사용되곤 했다.

간토 평야는 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날개 하나를 더 달아주었으니 바로 간토 평야 밑바닥에 깔려 있는 화강암 풍화토가 그것이다. ‘간토 롬’이라고 불리는 비옥한 화산회토 덕에 그렇지 않아도 넓은 평야에서는 예로부터 넘칠 정도로 풍부한 농산물이 생산돼 왔다. 하지만 그런 호조건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적게 먹는 사람들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세상사라는 생각을 더욱 굳게 한다.

shimh@hallym.ac.kr

인구 1인당 해안선 연장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기준)
순위 국가 길이
1 캐나다 6.11
2 그리스 1.28
3 호주 1.27
4 필리핀 0.41
5 칠레 0.40
6 쿠바 0.33
7 러시아 0.26
8 마다가스카르 0.26
9 일본 0.23
10 인도네시아 0.22
11 영국 0.21
12 말레이시아 0.19
13 포르투갈 0.17
14 에콰도르 0.17
15 앙골라 0.13
16 이탈리아 0.13
(단위:m)
자료:미국 CIA, The World Factbook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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