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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성지] <3> 불교 ‘룸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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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30 22:11:42 수정 : 2010-11-30 22: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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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탄생지… 전세계인 순례 행렬
1896년 아소카석주 발견되며 재조명
60년대 ‘룸비니 개발계획’ 이후 급변
인도 국경에서 4㎞ 떨어진 네팔의 룸비니(Lumbini, 藍毘尼)는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의 출생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룸비니는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성도지 부다가야, 최초의 설법지 녹야원, 입적지 쿠시나가라와 함께 4대 영지(靈地)에 속한다.

◇마야데비 사원과 마야 왕비가 출산 후 몸을 씻었다는 연못. 네팔 남부 테라이 지방의 룸비니에 있는 이 사원은 원래 11세기에 세워졌으나 현재의 사원은 1943년 재건된 것이다.
◆석가모니의 고향


룸비니 동산을 거닐던 마야 왕비(마야데비)는 한 나무 아래서 산통도 없이 선 자리에서 오른쪽 옆구리로 아기를 낳았다. 기원전 624년 4월 초파일의 일이다. 세인들은 산통 없이 왕자를 출산하게 한 공덕을 기려 마야 왕비가 멈춰 선 나무를 가리켜 아소카(Asoka, 無憂) 나무라 불렀다. 후일 부처, 세존, 석존 등으로 불리게 될 이 아기는 룸비니 동산에서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을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걸음을 걸으면서 외쳤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내 오직 존귀하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삼계/ 내 마땅히 안온하게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잃은 것 외에 남부러울 것 없던 싯다르타 태자는 속세의 모든 인연을 버리고 스물아홉 되던 해인 기원전 595년 2월8일 진리를 찾아 집을 나섰다.

그리고 6년 후인 기원전 589년 12월8일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35년간 부처는 설법하다 기원전 544년 2월15일 입적했다.

80세 부처의 열반 순간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록 속에 실존했던 석가모니의 삶과 가르침은 하지만 신화 속 이야기로 남을 뻔했다. 룸비니도 마찬가지였다. 1896년 독일 고고학자 퓌러가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돌기둥 하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룸비니는 폐허로 방치됐을 게 분명하다. 그 돌기둥이 바로 아소카 석주다.

◇마야데비 사원 옆에 있는 아소카 석주.
◆세계인들의 발길을 끄는 성지로


기독교 세계화에 사도 바울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불교가 세계 종교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아소카 왕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왕인 아소카는 기원전 250년 석가모니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룸비니 동산을 찾아 네 개의 불탑과 꼭대기에 말 형상의 돌기둥(아소카 석주) 하나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일부만 남아 있는 이 석주에는 재위 20년에 룸비니를 찾은 사실과 룸비니 사람들에게 세금을 감면한 내용 등이 새겨져 있다.

석가모니의 출생과 유적들이 있는 룸비니는 1967년 독실한 불교 신자인 우탄트 유엔 사무총장이 주창한 ‘룸비니 개발계획’ 이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1997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불교 국가들의 사찰 건립 등도 이뤄졌다. 현재 룸비니 국제사원지구에는 각국의 전통 양식을 살린 사찰들이 세워져 있다. 한국 절인 대성석가사(大聖釋迦寺)도 있다. 일본은 룸비니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불자들도 룸비니 성역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는 다분히 경제적인 목적에 기인한다. 룸비니는 전 세계 순례객의 발길을 끄는 순례·관광지를 넘어 네팔 개발을 둘러싼 외교 각축의 장마저 된 느낌이다.

룸비니 성역화 프로젝트는 느리지만 지금도 진행 중이다. 네팔관광청은 ‘2011년 네팔 관광의 해’에 대비해 룸비니 홍보에 적극적이다. 네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룸비니를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겠지만, 이로 인해 룸비니가 테마공원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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