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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인터뷰] 개그우먼① 오나미 “‘코너 이름대로 간다’는 속설, 맞나봐요”

입력 : 2010-10-16 13:46:08 수정 : 2010-10-16 13: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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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개그맨들의 진정한 파워 보이고파"

아직도 미니홈피에는 ‘성녀님’에게 연애 고민을 상담하거나 솔로 신세를 한탄하는 네티즌들이 줄을 잇는다. 지금도 남자와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모태솔로인이 왜 남자와 함께 있느냐’며 장난스레 따져 묻는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솔로천국 커플지옥’이 종영된 지 두 달이 되어 가지만 오나미는 여전히 ‘솔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전화 통화했을 때 목소리가 여성스럽고 얌전해서 놀랐다”고 하자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목소리 좋다고”라고 응수한다. 특유의 표정으로 왁자지껄할 것만 같았는데 웬걸, 수줍음 많은 앳된 대학생의 모습이다.

오나미는 TV에서 보는 모습과는 달리,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개그우먼 맞느냐’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러다 조금만 친해지면 거리낌 없이 지내는데 그때 즈음 그의 숨겨진 개그 본능이 발산된다.

“처음에는 얌전하고 조용해서 다들 의외라고 해요. 그래서 이 직업이 저한테는 꼭 맞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나를 열정적으로 만들어주니까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데뷔 초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무대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재능을 100% 발휘하지 못할 때마다 나이 어린 선배들은 조언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고 그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KBS 공채 시험에 합격하기 전에는 대학로 무대에 올랐는데 당시 함께 연기하던 개그맨 박성광을 보고 웃음이 터져 공연 후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난 일도 있다. 

오나미는 KBS ‘개그콘서트’의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코너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성녀’로 출연, 처절하게 고독한 솔로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번도 남자와 눈도 안 맞췄을 뿐 아니라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혼자였다는 설정으로 ‘모태 솔로’로 불리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어릴 때부터 개그우먼을 꿈꿨다는 그는 친구들로부터 끼를 발견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재미있는 아이로 통했고, 농담 삼아 던진 ‘개그맨 해도 되겠다’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2008년 ‘개콘’에 합류해 이듬해 신인상을 받으며 고속 성장한 오나미는 ‘솔로천국 커플지옥’ 코너를 통해 본격적인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금도 길거리를 남자와 같이 지나가면 ‘왜 남자랑 같이 있느냐’고 농담을 건네세요. 우스갯소리로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코너 이름대로 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솔로인 것을 보면 맞는가 봐요.”

이상형을 묻자 “나는 남자의 얼굴을 본다”고 힘주어 말한다. 눈이 높다는 얘기는 물론 ‘네 얼굴을 생각해라’, ‘(성형수술 하려면)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말도 자주 듣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래도 여자는 여자인 법. 못생겼다는 말에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을까. 그는 “데뷔 초부터 선배들이 ‘네가 상처받음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라며 “하도 많이 들어서 웬만한 못생겼다는 말에는 눈 하나 깜빡 안한다. 오히려 많이들 좋아해주시니 내 외모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때문에 성형수술의 유혹도 피할 수 있었다.

“정말로 병원에서 공짜로 성형수술해주겠다고 연락이 많이 와요. 공짜로 해주고 돈까지 준다는 병원도 있어요. 솔깃했냐고요? 전 일이 더 중요해요. ‘성형수술하면 개그맨 생활 그만둬야한다’ 그랬죠.”

극에서는 ‘모태 솔로’로 이름을 알렸지만 오나미도 대 여섯 번의 연애를 해본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연애할 때 필살기요? 제가 애교가 있는 것은 아닌데, 늘 처음에는 제가 먼저 좋아했다가 나중에서는 상대가 더 저를 많이 좋아해요. 저만의 묘한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궁금한 남자 분들은 저랑 한번 사겨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웃음)”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하면서 얻은 것은 인기 뿐 만이 아니다. 데뷔 초반에는 ‘그저 그런 못생긴 애가 개콘에 한명 더 있네’ 하는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연애 상담도 재치 있게 해줄 것만 같은 편안한 방송인이 됐다.

“초반에 진짜 안티가 많았어요.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황현희, 허경환 선배에게 뽀뽀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팬들이 많이 생겼고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 걸 느껴요. 무엇보다 얼굴 자체로 웃기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코너였어요.”

최근에는 드라마 카메오로 입지를 넓혔다. KBS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양가집 규수로 등장한 웃음을 선사하며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이에 앞서 SBS수목극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는 극중 이승기가 신민아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뒤태 라인을 과시하기도 했다.

“제가 카메오로 등장하면 다행해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카메오 치고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나 봐요. 너무 재밌어요. 특히 ‘성균관 스캔들’의 꽃미남 주연 배우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더 행복했죠.”

“술은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하지만 술 먹은 사람보다 더 신나게 논다”는 오나미는 ‘개콘’의 장수 비결로 “밑거름이 튼튼한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나미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신봉선이다. 다양한 프로에서 활약을 보이는 다재다능한 끼도 그 선망의 대상이지만 무엇보다 실제 성격이 변함없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분장실의 강선생’ 같은 여성 개그맨들의 진정한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코너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의 ‘빵’ 터질 코너가 나오도록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이 ‘오나미’라는 이름만으로도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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