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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 |
일본 소재 27점과 미국·유럽 소재 15점, 국내 소재 19점 등 고려불화 61점을 한데 모은 흔치 않은 전시다. 고려불화와의 비교를 위해 중국 남송∼원대의 불화와 일본 가마쿠라 시대의 불화도 찬조 출품된다. 특히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첫날 리셉션 만찬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국내 소장품 외에 일본·미국·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진 작품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평소 한두 점 관람하기도 쉽지 않은 고려불화 수십 점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根津)미술관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大高寺) 소장 관경16관변상도를 비롯한 출품작 상당수는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된다.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지닌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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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코지(淨敎寺) 소장 ‘아미타팔대보살도(阿彌陀八大菩薩圖)’. |
불교미술사 전공인 민 팀장은 “이 작품 대여에 나선다고 했을 때, 일본의 불교미술사 전공자들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고, 솔직히 우리도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줄 몰랐다”면서 “아무래도 전시 주체가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공신력 때문인지 사찰 측에서 선뜻 대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수월관음도는 세로 144cm에 가로 62.6cm로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닌 비단 바탕의 채색화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혜허(慧虛)라는 사람이 그렸다는 묵서가 남아 있기도 하다. 화면 한가운데 관음보살이 시선을 오른쪽 아래로 향한 채 섰는데, 오른손에는 버들가지를 들었다. 일본에서 이를 양류관음도라 부르는 까닭은 바로 손에 쥔 버들가지 때문이다. 나아가 보살 전체를 감싼 신광(身光)이 특이하게도 길쭉한 물방울 모양으로 등장한다. 수월관음도에 반드시 등장하는 선재동자는 합장한 채 보살을 우러러보는 모습으로 화면 왼편 모서리에 표현됐다.
왜 관음보살은 버들가지를 들고 있을까. 민 팀장은 “5세기 때 중국 기록을 보면 버드나무(껍질)를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관음보살이 중생의 고통을 없애준다는 뜻에서 버들가지를 표현하지 않았을까 학계에서는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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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 13세기 서하(西夏)의 ‘아미타삼존내영도’. |
그보다는 오히려 육조시대 이래 중국에서, 당대(唐代)에 특히 성행하는 ‘절양류(折楊柳)’ 풍습과 관계가 있다는 설이 힘을 얻는다. 절양류란 이별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는 풍속을 말하는 것으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된 당나라 때 시편들을 보면 이런 습속이 무수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선재동자에게 가르침을 준 관음보살이 이별의 의미, 더 나아가 이별하고 다시 만나자는 의미를 담아 버드나무 가지를 그에게 꺾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정토 신앙의 성행을 반영하듯 아미타불을 그린 불화가 많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아미타삼존도’는 내영도(來迎圖) 형식, 즉 아미타불이 죽은 자를 극락으로 맞이하기 위해 다가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관음보살이 허리를 굽혀 극락왕생할 사람을 연꽃에 태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편완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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