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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시대’ 70년대… 그 시절 문인들의 뒷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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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문학기자로 문단 주변에 머물던 추억 바탕
언론인 정규웅씨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 펴내
혹자는 그이를 일컬어 문학평론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딱히 정확한 타이틀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그냥 전직 문학저널리스트라고 호명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1970년대에 10년 동안 문학담당 기자로 살았던 언론인 정규웅(69·사진)씨에 대해 말하는 중이다.

1970년대는 한국문단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연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른바 ‘한글세대’가 등장해 본격적으로 작품을 써내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산업화의 급류 속에서 이야깃거리도 풍성했다. 아직 이데올로기 바람에 춤추지 않아도 되는, 말 그대로 문학의 시대가 그때였다. ‘문학저널리즘’이 꼴도 갖추기 이전에 문단과 문인을 지켜보는 문학기자로 그 시절을 보냈던 이의 증언은 그래서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정규웅씨가 최근 펴낸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이가서)에는 한국문학의 흥미로운 한 단층이 생생하게 퇴적돼 있다.

◇1970년대 문단 풍경을 기록한 문학기자 정규웅의 책에 수록된 김광성씨의 삽화들.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출신인 정규웅은 김병익 김현 김치수 김주연 등 이른바 ‘문지4K’와도 일찍이 교류가 있었고 함께 글쓰기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그는 끝내 문인이 아닌 문학담당 기자로 남았다.

고교 때 글쓰기 대회에 나가 김동리로부터 가작의 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에 대한 염결성은 쉬 문단에 뛰어들게 만들지 못했던 것 같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은 정씨에게 “훌륭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문학을 포기했다고? 문학을 너처럼 무겁고 어렵게만 생각한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문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고 힐난했다지만 그는 결국 문단과 문학을 지켜보는 문학기자의 길을 갔다.

그가 기록한 문단 이야기는 이문구(1941∼2003)로 시작한다. 한국문인협회 사무실이 있던 청진동 부근, 그곳에 가면 늘 이문구가 있었다고 했다.

6·25전쟁 때 남로당 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두 형이 학살당한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닌 소설가가 그이였다. 이른바 좌익 부친을 둔 소설가가 한국 문단에 여럿 있지만, 그래서 아들은 진보적이거나 오히려 반대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이문구는 그 중간에서 많은 이들에게 부처처럼 각인되는 호인형의 처세를 취한 인물이었다. 

단지 그가 보고 싶어서 캐나다에서 훌쩍 날아온 박상륭이라는 소설가도 있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박용래 시인은 대전에서 상경해 이문구의 손목을 잡아끌고 근처 술집으로 향하곤 했다고 기록한다.

‘한국의 바이런’이라고 명명한 시인 구자운의 쓸쓸한 죽음은 문학기자가 아니면 기록을 남기기 쉽지 않은 이면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한쪽 다리를 절었던 그이의 아내는 어린 두 아들을 팽개치고 다른 남자와 달아났고, 재혼한 젊은 여성은 아이들 학자금까지 챙겨서 달아났으며, 죽을 때까지 시와 번역원고들 틈에서 생업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높은 품격의 시인 이한직(1921∼1976)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다. 그의 시가 쓸쓸하고 우수에 찼던 이유가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굴레’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박목월은 “겨우 20편의 작품을 남긴/ 그 준엄한 결백성/ 그는 갔지만/ 한국 시사에/ 그 이름 이한직”이라고 추모시에 썼다.

이밖에도 눈물의 시인 박용래, 황석영의 진실 같은 구라, 대한민국 김관식, 진짜 고은과 가짜 고은, 소설보다 극적인 최정희와 김동환의 사랑, 어두운 시대의 비극 김남주에 이르기까지 문학기자 정규웅의 문단이야기는 쉼없이 흘러간다.

문학평론가와 문학기자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문학기자는 문학평론가와는 달리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서두에 정리했다. 문학기자라면 모름지기 문학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모든 작품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야 하며, 각기 상반된 문학이론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주의나 주장도 편견 없이 골고루 수용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문학기자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문학저널리즘이 어떤 양상으로 진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학과 문인과 기자들이 그 시절보다 더 많이 나아갔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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