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가 시작된 지 128년, 한국 여자 축구가 첫발을 뗀 지 20년 만에 역대 남녀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여자 축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8월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팀과 선수는 65개팀, 1450명.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교 16개, 대학 6개, 유소년 클럽 1개팀이 고작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이번 대회에 출전 자격이 있는 고교선수는 345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선발된 21명이 세계 축구계에 길이 남을 기적을 일군 것이다. 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 더구나 이들은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먼저 실점하고도 강한 정신력과 승부근성으로 역전승을 일구는 투혼을 발휘했다.
한민족 특유의 ‘끈기와 불굴의 DNA’가 이들을 뛰고 또 뛰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 제패라는 기적을 연출한 건 ‘오직 승리만을’ 외친 강훈련의 덕도 있다. 축구를 즐기기보다는 승리하기 위해 성인 수준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이들이 조기 성인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여론도 일부에선 있다.
하지만 스파르타훈련을 시킨다고 우승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이번 대한의 딸들이 이룬 쾌거는 우승이라는 결과와 함께 얻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신세대답게 당당하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자라 성인 축구 무대에서도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게 이제 우리의 몫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서순영·대전 중구 문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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