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진아(본명 조방헌)·이루(본명 조성현) 부자와 작사가 최희진의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논란은 이루와 교제했던 10살 연상의 작사가 최희진이 태진아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지난달 27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태진아가 이루와 헤어지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며 폭언을 했고, 그 과정에서 수모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태진아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최씨는 지난달 27일 게시글을 통해 "조용히 두고 보자니 가수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한 사람 인생에 아물지 못할 상처를 내고 어쩌면 저리도 뻔뻔할 수 있는지 다시 컴백하고 매일 쏟아지는 이루 기사들을 보면서 기가 막히고 억울해서 못 참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씨는 이루와의 관계에 대해 2008년 이루가 종로구청에서 대체 군복무 기간에 자신과 사귀는 사이였으나 당시 태진아가 결별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태진아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300만 원을 건넸다고도 털어놨다.
또 최씨는 "태진아는 내게 욕과 폭언을 일삼은 점, 일본과 국내에서 발표한 타이틀곡이라며 속이고 내게 가사를 받은 점을 사과해야 한다"며 "공개 사과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협박한다면 내가 가진 모든 녹취 내용과 정황증거, CCTV자료, 증인을 통해 이 일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태진아 측은 8월28일 언론을 통해 "무의미한 소동이라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오히려 최희진이 공갈협박해 왔다"고 반박, 이별과정을 두고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최씨는 태진아 측이 입장을 밝힌 다음날인 8월2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태진아)선생님의 언론 플레이를 보며 이제부터 더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감히 공동 기자회견을 요청드린다"며 "만약 호언하신대로 고소하시면 즉각 맞고소로 진흙탕에 올인"이라는 글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8월30일 오후에는 "한번만 더 나를 '정신적 곤란' 어쩌고 이런 표현으로 매도하시면 조성현(이루) '성적변태'로 초강수를 두겠사오니 제게 막말하지 말라"고 말한 데 이어 지난 2일 오후에는 "조 변호사(태진아 변호사) 때문에 태진아 선생님이 벼랑으로 몰릴 수 있다"며 "아직 내가 가진 10장의 카드 중 단 1장만 오픈했는데 나를 살살 약 올리면 곤란하다"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양측은 릴레이식으로 공방을 펼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이루와의 이별과정에서 일방적인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최씨는 여러 차례 미니홈피를 통해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며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이건 이번 공방의 책임은 양측 모두에게 있다. 대중에 노출 빈도가 높은 연예인의 위치에서 매 행동 신중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태진아 측의 부주의도 문제거니와 만남과 이별 등 개인적인 애정사를 언론에 노출시킨 최씨측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책임 소재를 떠나 이별 이후 서로의 치부를 까발리고, 비방 일변도로 치닫는 상황이 그 어느 쪽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 않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여론 역시 어느 한편에 호의적이지 않다. 대부분 냉소 섞인 반응들이다. 네티즌들은 "뭔가 있다면 간보지 말고 빵 터뜨리고 끝냈으면 좋겠다. 질질 끌수록 보기도 안좋고 보고싶지도, 알고싶지도 않아진다" "서로 누가누가 못났나 다투는 싸움같다" 등 양측의 공방에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로전을 시작한 최씨 측이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희진이 책 출간시점을 앞두고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자 의도적으로 사건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태진아 측은 "최씨가 이달 초 태진아에게 '담달 초 제가 쓴 책이 나옵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 한 마디 들으려 전화드렸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적 있다"며 "최씨가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홍보를 위하여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씨는 "누가 자기 치부를 이렇게 공개하면서 책 홍보를 합니까? 책 안 팔아도 저, 먹고 살거든요?"라며 반박했다.
최씨가 조만간 출간된 자신의 책 홍보를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했는지 여부는 최씨 본인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때가 되면 최씨의 책 출간 시점도 밝혀질 것이고, 만약 태진아 측과 이별공방을 벌이는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책이 나온다면 ' 책 홍보' 의혹이 제기될 것이다. 최씨가 '이별공방' 과정에서 고백한 내용 또한 책 홍보 논란으로 귀결된다면 진실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태진아로부터 이루와의 이별을 종용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헤어진 전 연인 이루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도 최씨가 지적 받는 부분이다. 이별과정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때 연인이었고, 연인의 아버지였던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과거 인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져버린 행동이라는 비판도 있다.
연인관계였던 이루를 겨냥해 "겁쟁이 이루야, 너는 입 없니?" "이루 성적변태 초강수…" "이루 음반이 무슨 7000장이나 팔렸겠어" 등 시종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을 쏟아낸 것도 발언의 객관성 및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 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슈화되기 쉽다는 속성을 간파하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미니홈피에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글을 올린 것은 아닌지 의혹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양측의 '이별공방', 혹은 '진실게임'으로 번진 이번 사건은 연예인의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사랑하다 이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고 옛 연인과 원수로 맞서게 된 상황 자체가 사생활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이루, 그리고 아버지 태진아의 책임이다.
양측이 직접 만나 해결을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이미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화해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차라리 법정에서 다투면 어떠할지. 언론을 이용한 지루한 치고받기를 이제는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이대로는 서로 추해질 뿐이다.
집안의 반대와 협박, 이별 대가로 건네진 돈 봉투…. 막장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WE+]는 Weekend와 Entertainment의 합성으로, 세계닷컴이 만든 '격주말 웹진'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