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퉁불퉁한 근육 위로 터질 듯한 블랙 코르셋에 망사 스타킹, 반짝이 킬힐을 신은 '엽기적인' 양성애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첫곡 '스위트 트랜스베스타이트(Sweet Transvestite)'를 뽑아내는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은 단번에 객석을 휘어잡는다.
컬트 뮤지컬의 원조인 '록키호러쇼'의 첫 내한 공연에서 주인공 '프랭크' 박사 역을 맡은 후안 잭슨(40).
38년 동안 전 세계에서 공연돼온 록키호러쇼 역사상 흑인이 프랭크 역을 따낸 것은 이번 무대가 처음이다.
그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컬트 캐릭터'의 대명사인 프랭크 역에 뽑힌 뒷얘기를 소개하고 한국 뮤지컬의 매력과 한류 열풍의 배경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록키호러쇼는 즐거움과 자유를 표현해낸 공연이죠. 이런 것들은 마음 속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정서라서 그런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같아요."
1973년 런던에서 초연된 록키호러쇼는 섹스파티와 양성애자, 인조인간 등 파격적 소재를 격렬한 로큰롤 음악에 담아낸 '컬트 뮤지컬'의 원조.
이 작품에서 평범했던 연인에게 성적 판타지를 일깨워주는 양성애 과학자로 등장하는 프랭크는 'B급 캐릭터'의 대부가 됐다.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랭크로 뽑힌 잭슨의 소감은 어떨까.
"정말 감사했죠. 영광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동양인이 백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백인이 흑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지 않나요? 어떤 역할이든 인종과 상관없이 능력을 우선시해서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실제로 지난 6월 오디션에서 원작자인 리처드 오브라이언으로부터 "탄탄한 근육을 가졌는데 표정 연기와 손짓은 여성처럼 섬세해 프랭크 역할에 제격"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뮤지컬에 뛰어들기 전 오페라 무대에 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는 것도 잭슨의 강점.
미국 출신으로 성악을 전공한 그는 1995년 '시카고' 오디션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맨오브라만차' '미스사이공' 등에 출연하며 전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 무대는 지난해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국내 관객에 대해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가를 내놨다.
"록키호러쇼는 색다르고 괴상한 공연이거든요. 한국 관객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죠.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배우들이 힘을 얻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해서도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올려 보이며 "수준이 아주 높다"고 했다.
지난해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과 '미스 사이공'의 국내 라이선스 공연을 봤는데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는 것.
"수준이 아주 높아요. 배우의 노래와 연기가 실제처럼 생생했어요. 호주에서 지낼 때 가수 '레인'(비)과 '2NE1' 노래도 즐겨 들었어요. 한국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곳곳에 문화를 수출하잖아요. 한국은 TV나 자동차를 많이 수출한다고 들었는데 문화를 더 많이 수출하는 것 같아요."
잭슨은 한국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흑인 프랭크도 나왔는데 '코리안 프랭크'도 나올 수 있죠. 제 한국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관객들도 배우에 대한 인종적 편견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저도 한국 공연에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평범한 연인인 재닛과 브래드가 한밤중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기괴한 분위기가 감도는 프랭크 박사의 대저택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벌어지는 엽기적 소동을 그린 록키호러쇼는 오는 10월10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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