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 신모(61)씨는 “오전 7시20분쯤 현관 앞 주차장 주변에서 ‘퍽’소리가 들려 가보니 흰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경비원 홍모씨는 “머리와 복부 쪽이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비원 등의 진술로 미뤄 이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근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씨가 5년 전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이씨와 함께 일했던 연예기획사 예당의 신용열 이사는 “D아파트는 사무실 개념이고 실제 거주지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는 이병철 창업주의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둘째아들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조카다. 이창희 전 회장은 삼성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은 승계 문제로 이병철 창업주와 마찰을 빚었고,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과 결혼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지내다가 1973년 삼성에서 독립, 새한미디어를 세웠다. 하지만 1991년 58세의 나이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재찬씨는 모친 등과 함께 사업을 열정적으로 확장했고, 1997년 새한그룹을 출범시켰다. 그가 설립한 계열사인 디지털미디어의 경우 한국 최초의 대형 연예 및 음반기획사로 국내 토털 매니지먼트 회사의 효시격이다. 하지만 재찬씨는 외환위기의 풍랑 속에서 2000년 그룹이 해체되면서 몰락했다.
조현일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