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봉한 그의 영화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주인공 킬러가 낯선 남자에게서 모종의 지령을 받고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남부 세비야로 이동하는 여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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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에게서 모종의 지령을 받고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남부 세비야로 이동하는 킬러의 여정을 담은 ‘리미츠 오브 컨트롤’. 스폰지 제공 |
자무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새로운 킬러를 창조해냈다. 그동안 대표적인 킬러는 뤽 베송 감독의 ‘레옹’에 나오는 킬러 레옹. 그는 외면적인 무뚝뚝함 속에 내면적인 순수함이 깃든 킬러였다.
하지만 ‘리미츠 오브 컨트롤’의 킬러는 절제된 내면을 지닌 금욕적 킬러다. 주인공 킬러는 늘 딱 떨어지는 버튼이 둘 달린 수트에 검은 신발을 신고, 카페에 앉아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시키며 낯선 사람들과 접선한다. 임무 중에는 핸드폰 사용도 금하며, 미술작품 앞에서 사색을 즐기며, 방과 기차 안에서 태극권을 한다. 한마디로 독특하다.
자무시 감독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주인공 킬러 역으로 번콜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번콜은 ‘지상의 밤’, ‘고스트 독’, ‘커피와 담배’에 이어 네 번째로 짐 자무시와 호흡을 맞췄다.
자무시가 영화를 통해 창조한 것은 새로운 킬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킬러 내면을 영상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삶은 결국은 지나가는 여정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상에는 스페인 곳곳의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왕자웨이(王家衛)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6분.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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