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MBC, KBS 말고도 시청자들의 SBS를 향한 반감 또한 거세다. 그 이유야 여러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겠으나 SBS를 향한 아니꼬운 시선은 월드컵을 장사에 이용했다는 데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에 SBS는 “월드컵 중계권 획득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는데 손해를 볼 수 없지 않느냐”며 “독점중계는 중계권 계약으로 발생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코리아풀은 합의일 뿐 계약 아냐"
KBS와 MBC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2016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의 SBS 단독구매 및 중계 건에 대하여 SBS 윤세영 회장과 전·현직 임원 8명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KBS와 MBC는 SBS가 방송3사가 합의한 코리아풀을 깨고 방송3사가 합의했던 금액보다 더 높은 액수로 중계권을 따내 결과적으로 자사의 입찰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SBS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KBS와 MBC가 주장하는 코리아풀은 합의일 뿐 계약사항이 아니었다는 것이 SBS측 설명이다. 또 두 언론사가 2006년 SBS가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했던 당시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월드컵을 고작 몇 달 앞두고서야 자사의 이득을 노리고 뒤늦게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SBS는 애초부터 단독중계를 고집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중계권을 사서 분배할 생각으로 그간 수차례 KBS와 MBC에 공문을 보내 협상을 하려했지만 답이 없다가 벤쿠버올림픽 직전에야 다급해하며 중계권 협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SBS측은 월드컵 중계가 방송3사에 공평하게 주어진 권리이고, 공동중계 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월드컵 직전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이나 월드컵 지역예선을 중계하지 못한 SBS의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시간을 거슬러보면 주요 대회 마다 ‘코리아풀’이 형성됐지만 막판에 결렬된 사례는 여러번 있었다. 96년 KBS의 아시안컵 중계 단독계약, MBC의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 단독중계, 2001년~04년MBC의 메이저리그 박찬호 출전 경기 독점계약 등 여러 번 방송사간 다툼이 있었다. 이번 SBS의 월드컵 독점중계 사례도 표면화 됐을 뿐이지 과거 있었던 방송사간 중계권 갈등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계권 금액 1/3씩 분담? "SBS 손실 고려 안된 금액"
또 SBS는 중계권 협상과정에서 FIFA와 계약한 중계권 금액의 1/3 분담액을 양사가 협상금액으로 요구한 것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SBS는 중계권을 획득한 자사의 노고와 이로 인해 발생되는 기회비용과 손실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금액이라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KBS, MBC 역시 자사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SBS와 중계권 협상을 하려다보니 SBS로서는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미 FIFA와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 지은 S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한 시정조치에 따라 월드컵 중계권에 대한 협상에 임하는 등 SBS로서 취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한 상황이었다. FIFA와의 협상을 통해 중계권을 확보한 SBS가 칼자루를 쥐고있고, 협상을 이끄는 주체 역시 SBS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3분담액을 제시한 KBS와 MBC의 협상태도는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KBS와 MBC가 이 같은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SBS측의 입장을 고려한 협상 태도를 보였다면 공동중계가 가능했을지 모른다.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SBS측의 주장이다. SBS로서는 월드컵 중계권 획득을 위해 소요된 비용이나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위험부담 등이 인정되지 않은 KBS,MBC측의 협상 제시액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SBS측은 "근 2년 간 월드컵 예선전을 거치면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중계권을 얻었다"며 "경쟁사가 제안한 1/3 중계권 협상금액은 애초에 중계권 금액을 지불하면서 발생한 이자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월드컵이 SBS의 단독중계로 결론나자 여론은 SBS 흠집 내기에 주력하는 인상이었다. 월드컵 중계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SBS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KBS, MBC. 방송3사 간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키울 것이 분명하다. SBS 역시 이러한 경쟁 언론사와의 다툼이 자사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단독중계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쟁언론사와의 갈등을 잠재울만한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SBS측은 경쟁언론사의 월드컵 단독중계에 대한 악의적 보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최근 월드컵 경기 장면 무단사용으로 논란이 된 KBS 2TV '남자의 자격'의 방송에 대해서도 "시청률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라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SBS, 상업성 논란에 "FIFA 규정에 따른 것"
국민들은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된 방송3사의 중계권 다툼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SBS의 단독 중계로 결론지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SBS에 쏠리기 시작했다. 이는 4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을 국민적 축제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정서에 기인한 바가 크다.
SBS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2002년, 2006년 월드컵 때처럼 월드컵이 국민화합의 장으로 기능했던 것과는 달리 SBS가 장삿속으로 중계권을 획득해 돈 벌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공동중계를 바라는 여론이 높았던 것 역시 SBS의 단독 중계를 다양한 매체에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행태로서의 '독점'으로 규정지었다는 데 있다.
SBS측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중계권을 획득했고, FIFA 규정대로 중계권에 뒤따르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인데 상업주의로 몰아가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 SBS 관계자는 "월드컵을 전파로 내보내는 행위가 공공재 성격을 갖느냐의 문제인데 월드컵은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공재라고 볼 수 있지만 월드컵의 본질을 따져보면 각 국가의 축구협회가 모여 만든 FIFA가 벌이는 상업적인 행위"라고 월드컵의 의미를 규정지었다. FIFA가 지닌 상업적 성격에 기반했을 때 SBS의 상업성 논란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KBS와 MBC는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단독중계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몇 차례 내보냈다. 월드컵 개막 즈음에는 중계권을 가진 SBS가 음식점 및 호텔 등에서 월드컵 경기화면을 내보내려면 중계권 비용을 내야한다는 보도도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SBS측은 "스폰서 업체 보호를 위해 FIFA가 강화한 규정에 따른 것 뿐"이라고 밝혔다. '호텔, 레스토랑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월드컵 전시권(Public Exhibition Right)을 사야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다'는 공문은 FIFA의 TV권 규정에 따라 사전예고 측면에서 중계권자로서 조처한 것뿐이지 SBS 자체적으로 제한을 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이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FIFA와 SBS가 배분하며 FIFA는 발생한 이득을 빈민국 축구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한다는 비판에 대해 항변했다.
지나치게 광고비용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방송사는 직접영업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한국방송광고공사(Cobaco)가 책정한 단가표에 나와 있는 특판가 금액을 받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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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의 월드컵 중계화면(사진=SBS). |
◇채널선택권 다양…해외엔 독점중계 사례 많아
월드컵 중계권을 보편적 시청권으로 이해하여 왔던 대중들은 SBS가 자사 이익만을 쫓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돌아가야 하는 시청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SBS는 지상파만으로 90% 이상의 시청 가능한 가구를 확보하고 있어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키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SBS의 단독중계로 인해 시청자는 다양한 채널선택권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방송3사가 월드컵 공동중계 방식을 취했더라면 시청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월드컵만시청해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SBS가 단독중계방식을 취하면서 시청자에게는 '골라볼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모든 국민이 같은 취향을 가진 것이 아닌데 월드컵에만 집중하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을 공동 중계할 때는 같은 화면을 방송3사에서 동시에 내보내면서 전파낭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SBS의 독점중계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채널선택권 측면에서 반색을 표한 시청자들도 많았다고 하니 '독점'을 꼭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일은 아닌 것 같다.
SBS는 독점중계에 따라 채널선택권은 있지만 해설에 대한 선택권을 봉쇄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수용하여 양질의 해설을 제공하기 위한 자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MBC 축구해설위원인 차범근을 영입해 축구팬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차범근을 영입하지 않고도 월드컵에 쏟아지는 관심만으로 시청률이 담보되는 상황에서 MBC색이 짙은 차범근 해설위원을 영입하는 것은 SBS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월드컵의 독점중계는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가 느끼는 생소함은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사례를 놓고 본다면 SBS의 단독중계만을 문제 삼기 힘들다. 시청자들의 반감은 독점중계행태가 아직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초기형태라는 데서 발생한 국민들의 인식 차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사례처럼 중계에 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고, 질적으로 우수한 중계시스템을 보유한 독점중계 채널이라면 오히려 시청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월드컵에 앞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의 국가에서 1개 민영방송국이 독점중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가 독점중계 한 2010벤쿠버동계올림픽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초기 우려와는 달리 올림픽이 진행될수록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었고, 독점중계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2010남아공월드컵도 SBS가 월드컵을 단독으로 방송할만한 자질과 여건을 갖췄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월드컵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각 국가 간 월드컵 경기는 고른 시청률을 보이고 있으며 해설도 안정감이 있다는 평이다.
SBS 관계자는 "해외에도 단독으로 월드컵을 중계하는 방송사가 있지만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벤쿠버 올림픽 관계로 캐나다에 다녀온 적이 있다. 캐나다 지역 민영방송사가 벤쿠버 올림픽을 독점중계 하는데 그곳은 한국처럼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 않았다"고 비교했다.
◇2016년까지 독점? “최대한 협상해나갈 것”
한편 SBS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 중계권까지 획득한 상태다. SBS가 2016년까지 독점중계를 고집한다면 2010동계올림픽과 2010남아공월드컵 중계권을 두고 발생한 논란을 또다시 되풀이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SBS는 최대한 KBS, MBC와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SBS측은 "2014, 2016년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협상을 해나갈 것이다. ‘공동 중계하라’는 국민의 여론이 높고, 모두가 납득할만한 조건이라면 언제든지 공동 중계할 생각이 있다"며 협상의지를 전했다.
SBS가 이번 월드컵 독점 중계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월드컵 독점중계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반대기류를 형성하면서 장기적인 기업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이 SBS에 가진 반감은 SBS가 2010남아공월드컵 게시판을 폐쇄조치한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SBS측은 게시판 폐쇄조치를 두고 일고있는 소통부재라는 비판에 대해 "게시판에 응원메시지 보다 일방적인 비방으로만 도배되고 있어 소통창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게시판을 닫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SBS가 단독중계를 통해 당장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이 이어진다면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SBS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감수하고 단독중계를 고집하기까지 고민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동중계가 SBS에게도 기업이미지 측면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가운데서도 독점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협상을 벌였지만 방송3사의 이해가 충돌해 결국 SBS의 단독중계로 결론지어진 마당이다. SBS뿐 아니라 그 어느 언론사, 기업체라도 손해를 입으면서까지 공동중계를 통해 발생하는 자사이익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SBS의 단독중계와 관련된 일련의 논란을 되짚어보며 월드컵을 순전히 마음에서 우러나는 축제가 아닌 '돈'문제로 귀결시키다보니 화합의 장으로 기능했던 축제의 참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만약 K리그였다면 이토록 방송3사가 적극적이었겠는가?' 라는 한 방송관계자의 자조 섞인 푸념이 월드컵이 한창인 이때 더욱 귀에 꽂히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회질서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돈을 벌수 있는 수단을 확보한 SBS의 권리행사를 무작정 꼬집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방송3사의 중계권 다툼이 시청자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펼쳐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월드컵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벌수 있는가'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모르는 대중은 없을 테니.
물론 월드컵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대중이라도 국민적 관심에 의해 발생된 수익이라면 한 곳에 집중되는 것보다 고르게 분배되길 더 바랄 것이다. 부디 현실적 테두리 안에서 방송3사와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원만한 해결을 보길 바란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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