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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빅토리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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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17 17:28:44 수정 : 2010-06-17 17: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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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1.7㎞… 거센 물살 100m 수직 낙하
나미브 사막투어를 마치고 다시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로 돌아왔다. 다음 여정은 잠비아의 리빙스턴.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빈트후크에서 리빙스턴까지는 인터케이프 버스로 약 21시간 걸린다. 갈 길이 멀다. 남아공과 나미비아 및 잠비아의 주요 도시를 연결해주는 인터케이프 버스는 좌석이 넓고 차 안에 화장실도 있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세계 3대 폭포 가운데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전 세계 폭포중 가장 높은 낙차를 자랑한다. 국립공원 안에는 낙차 100∼110m의 폭포들이 1700m에 걸쳐 펼쳐져 있다.
버스에 올라 2층 세번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위를 휙 둘러보니 아프리카 사람이 반, 외국인 여행객이 반 정도인 것 같다. 며칠 전 나미브 사막을 구경하다 얻은 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날씨가 건조한 탓인 것 같다. 기침이 심해 약을 먹고 창가에 몸을 기대었다. 잠이 스르르 몰려온다. 버스가 빈트후크 시내를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약 기운에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바깥 구경을 하고, 다시 기침이 나기 시작하면 약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하면서 잠비아로 향했다. 옆 좌석에 앉은 중년의 아프리카 남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떤다. 버스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속력을 늦추어 천천히 달리던 버스는 어느덧 나미비아와 잠비아 국경에 다다랐다. 잠비아 쪽을 슬쩍 쳐다보니 나미비아의 풍경과는 달리 숲이 우거져 있다. 국경을 통과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 리빙스턴 마을에 들어섰다.

버스에서 내리니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미리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온 터라 호객꾼들을 뿌리치고 숙소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고 그리 커다란 건물도 보이지 않는다. 소박한 시골 동네를 걷는 기분이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게스트하우스가 나왔다. 입구는 허름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마당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을 둘러싸고 객실이 늘어서 있다. 자그마한 침대, 화장실, 오래된 선풍기만 달랑 놓여 있는 허름한 방이다. 버스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데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 푹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게스트하우스에 붙어 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 잔과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비아를 찾는 여행객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73개의 서로 다른 부족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잠비아의 나라 이름은 잠베지강(Zambezi River)에서 유래하였다. 잠베지강은 총 길이 2736m로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길다. 잠베지강은 잠비아에서 시작해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들어간다.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잠비아 남단에 위치한 리빙스턴.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불과 11km 떨어져 있어 여행객이 많이 머문다. 리빙스턴이란 마을의 이름은 1855년 유럽인으로서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본 스코틀랜드 출신의 탐험가이자 선교사인 대빗 리빙스턴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것.

리빙스턴 마을은 빅토리아 폭포 때문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한창 성행하던 19세기 말의 리빙스턴에는 바(bar), 상점, 도박장이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조용하고 소박한 모습이지만, 주요 관광도시인 만큼 숙소도 많고 은행이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어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다. 리빙스턴의 주도로인 모시-오아-투냐 로드에는 자카란다 나무가 늘어서 있고, 식민지 시대의 건물도 가끔 눈에 띄어 분주했던 과거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힌다. 세계자연유산 가운데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 짐바브웨 쪽 어느 곳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들어가는 잠베지강의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잠비아와 짐바브웨가 나뉘기 때문이다. 잠베지강을 경계로 잠비아 쪽의 도시이름은 리빙스턴이고, 짐바브웨 쪽 도시이름은 ‘빅토리아 폴스(Victoria Falls)’ 또는 줄여서 ‘빅 폴스(Vic Falls)’로 부른다.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의 이름도 다르다. 잠비아 쪽은 ‘모시 오아 투냐 국립공원(Mosi-Oa-Tunya National Park)’이라 부르고, 짐바브웨 쪽은 빅토리아 국립공원이라 불린다. ‘모시 오아 투냐’는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연기’라는 뜻. 이곳의 토착민들이 빅토리아 폭포를 부르는 말이었다.

또한 폭포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빅토리아 폭포를 성스럽게 여기고 ‘무지개’라는 뜻의 송웨(Shongwe)라고 부르기도 했다. 화창한 날에는 폭포 위에 커다란 무지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855년 유럽인으로서 처음 빅토리아 폭포를 발견한 리빙스턴은 당시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로 불렀다. 당시 빅토리아 폭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리빙스턴은 “(폭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천사들도 날아가면서 폭포를 쳐다보았을 것이다”고 일기에 적고 있다.

빅토리아 폭포는 세계 3대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다. 낙차 100∼110m의 폭포들이 1700m에 걸쳐 펼쳐져 있다. 국립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열대림의 숲길이 이어지고, 사이사이 제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폭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숲 사이를 비집고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 또한 웅장하기 그지없다. 계곡으로 떨어지는 엄청난 물이 아래쪽의 절벽에 부딪혀 하늘 위로 다시 솟구쳐 올라가는 소리이다. ‘쿵! 쿵!’ 하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폭포수는 가랑비 같은 물방울이 되어 하늘 위로 올라간다.

◇잠베지 철도다리.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잇는 철도 다리는 번지점프로 유명한 곳이다. 수많은 사람이 111m의 번지 점프대에서 몸을 날리는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폭포를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빅토리아 폭포 아래로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잇는 잠베지 철도다리가 나온다. 빅토리아 폭포의 협곡을 연결하는 이 철도 다리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산물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총독이자 전형적인 제국주의자였던 세실 존 로데스가 1902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이집트의 카이로를 철도를 연결하려는, 실현되지 않은 야망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빙스턴 마을은 철도가 완공된 후 1905년에 만들어진 것.

오늘날 철도다리는 번지점프로 유명한 곳이다. 저 멀리 바라보니 젊은이들이 111m의 번지 점프대에서 몸을 날리는 모습이 보인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잠비아철도청이 번지점프를 위해 철도다리를 빌려주고 얻는 사용료가 매년 전체 잠비아 철도 수입보다 많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번지점프의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지 짐작이 간다. 최근까지 잠베지 철도다리의 번지점프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프대였지만, 현재는 남아공의 가든 루트 구간에 있는 216m의 블로크란스 다리의 번지점프대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빅토리아 폭포를 끝으로 세계 3대 폭포를 모두 구경했지만 폭포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장엄하고 신비롭다. 하염없이 빅토리아 폭포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덧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마음 또한 촉촉이 젖는 기분이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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