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 노무현‘의 싸움이었다. 당사자들부터 그렇게 규정했다. 여야 지도부는 공히 “실패한 과거 정권 심판”(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무능한 현 정권 심판”(정세균 민주당 대표)을 호소하며 득표전을 전개했다.
출마자들의 면면도 그랬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한목소리로 합창했다. 반면 야권 후보들은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한명숙 후보는 물론이고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유시민 후보), ‘좌희정·우광재’(안희정·이광재), ‘리틀 노무현’(김두관 후보)까지 총출동해 정확한 대척점을 그렸다. 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잡은”(민주당 핵심 관계자) 형국이다. 참여정부 ‘국가 균형발전’의 꿈이 녹아 있는 충남의 승리도 의미있지만, ‘세종시 원안 고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서울과 ‘만년 보수’ 강원에서의 승리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적인 건 노 전 대통령조차 넘지 못했던 지역주의의 벽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패했지만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도 1995년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노 전 대통령(36.8%)보다 10% 가까이 더 득표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전문가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정권심판론’으로 흐를 수 있는 선거판을 전·현 정권 간 싸움으로 전환시킬 경우, 손해는 야권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반노무현 정서’가 엄존한 만큼 보수층의 결집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특히 노 전 대통령 1주기를 전후해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와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추모 분위기 확산에 제동이 걸리자 그 같은 비관은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노풍’은 ‘광풍’으로 돌변해 있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선거판을 전·현 정권 간 대결로 틀짜기했던 여권의 전략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2일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을 다시 끄집어내 ‘정치적 심판’을 하겠다는 여권의 선거전략이 결국 역풍을 조장한 셈”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망자를 욕보이는 건 한국인의 정서와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원보 기자 wonb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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