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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의 '진경산수화', 실물과 안 닮았다?

입력 : 2010-05-31 10:45:43 수정 : 2010-05-31 10: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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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출간
겸재 정선은 유명한 '인왕제색도' 등 실제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답사 결과 정선이 그린 그림은 '인왕제색도'를 빼고는 실제 풍경과 그다지 닮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가 실제 한반도의 산천을 직접 답사한 것은 맞지만 형태를 그대로 따라 그리기보다는 느낌과 기억에 의존한 연출을 즐겼으며 이는 풍경을 통해 성리학적 이상을 그리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정선이 말하는 '진경'은 이상향을 뜻하는 '선경(仙景)'이었던 셈이다.

문화재위원인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2008년 출간한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의 후속작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생각의 나무 펴냄)에서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속 풍경을 실제로 답사한 결과를 담았다.

정선이 '진경산수화' 영역을 개척했으면서도 이상향을 그린 '과도기' 작가였다면 강세황과 심사정 등은 현장을 그대로 그리는 데 충실한 화가들이었다.

강세황의 제자인 단원 김홍도는 흔히 풍속화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가장 회화성이 높은 그림으로는 진경산수화가 꼽힌다.

특히 1796년의 '병진년화첩'에 실린 '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는 개울가의 잡목에 보름달이 걸린 풍경을 묘사한 걸작으로, 빼어난 사실성을 갖췄다.

'소림명월도'는 또 화가를 그림 안에 그리는 것이 보통인 다른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와 달리 화가가 그림 밖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 산수화가 대상 풍경만을 화폭에 담는 서양의 근대풍경화 화법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이 전환은 다른 의미에서 "성리학의 굴레 안에서 산수풍경을 생각하던 당대의 의식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책은 중국식 화풍에 영향을 받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시작해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거쳐 김홍도의 '병진년화첩'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회화사를 일별한다.

진경산수화의 대표적 소재였던 금강산을 그린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고암 이응노 등 20세기 화가들도 살폈다.

진경산수화 150점과 함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배치해 둘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552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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