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혼자된 여자들이 상당수 있다. 한국에선 이런 사람들을 '돌씽' 이라고 말한다. 오늘은 내 돌씽 친구가 교포 한국 남자를 소개 받아 데이트를 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 친구는 스튜디어스 출신으로 얼굴도 예쁘고 '융자회사'를 다니며 일도 잘하는 아주 능력있는 친구다. 지금은 6년 전에 이혼해서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다. 전 남편 하고는 도박과 마약, 그리고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한 케이스인데 이제는 과거의 그 어두었던 기억을 털어버리고, 지금은 남편하고 있을 때보다 더 당당하게 자기 일을 하며 멋있게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늘 바쁘게 살다보니 외로운 것도 별로 모르겠단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혼녀라는 선입견도 없는 나라다. 한국도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불행한 결혼생활을 참고 살다 스트레스로 병 걸려 죽는 사람보다는 과감하게 이혼해서 보란 듯이 새 출발 하는 사람을 더 똑똑한 사람으로 본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거기엔 동의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친구가 아는 사람한테 한국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그 남자는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애들도 다 컸으며, 나이도 3살 밖에 차이 안 나는 재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우선 조건이 맘에 든다며 일단 데이트를 해보고 나한테도 소개시켜준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고 나도 바쁘기도 하고 그 한국남자랑 잘돼어 가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만나보니 그 남자랑은 벌써 끝이 났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어보니, 한 예로 그동안 데이트를 할 때마다 자장면 집이나 아니면 싸구려 식당만 데리고 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은 간접적으로 자기 취향을 알리기 위해 최고급 와인을 갖춘 분위기 있고 멋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자기가 뭘 좋아하는가를 보여줬는데 그 남자가 하는 말이 '자기는 이런데 오면 비싸서 돈이 아깝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내 친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이런 속이 좁은 사람이 다 있나, 몇 번 데이트 하면서 감지는 했지만 너무 치사한 느낌 들어서 더 이상 말도 하기도 싫었고 얼른 자기가 계산을 다 하고 보란 듯이 팁도 듬뿍 얹여 주고는 나와 버렸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화가 안 되는 지독한 구두쇠였던 것이다. 나도 그 소리를 듣고, 참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만난 여자를 앞에 놓고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면서 여태 그 남자랑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데 내가 들어도 내 친구랑은 코드가 맞지 않을뿐더러 그 남자는 아니다 싶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돈 죽을 때 갖고 갈 것도 아니고… 하찮은 미생물인 고기를 잡을 때도 낚싯밥을 아끼면 안 되는 법이다. 하물며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하려면 우선 마음을 움직여야 된다.
가장 멋진 곳에 데리고 갈 줄도 알아야되고 마음에 들면 과감하게 투자해 감동을 주어 여자 마음을 움직여야 된다. 돈을 펑펑 쓰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상대를 귀하게 생각한다면 아까운 것이 없는 것이고 여자가 남자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정성을 들여야 된다.
사실 이제 우리 나이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을 하긴 좀 늦었다. 그러니 어차피 처음 만나면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우선 외적인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 마음 씀씀이를 보고 계산하기 시작한다.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위해, 돈이 만원 밖에 없는 사람이 만원 다 쓰는 것 하고 십 만원 있는사람이 만원만 쓰는 것 하고는 가치가 다를 것이다.
서로 사랑에 빠져 재미로 싸구려 집에 가서 음식을 사먹는 것 하고 돈 있는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를 자장면집이나 맨날 데리고 간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사실 여자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이것저것 따지지만 일단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모든걸 다 주고 싶어 한다. 다 받고 싶으면 먼저 다 주어야 한다.
솔직히 말한다면 어차피 이 세상에 조건없는 사랑이란 없다. 하물며 부모 자식 간에도 자식이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잘하면 더 예뻐보인다. 그러니 처음 만난 남·여는 말할 것도 없고 부부 사이도 서로 잘하는 조건하에 사랑을 한다. 모두 Give and take 주고 받는 사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는 그렇게 못하면서도 상대가 조건없는 사랑을 해주길 바라는 게 또한 인간의 심리다. 이렇게 이 세상에는 조건 없는 사랑은 거의 말로만 존재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그러니 여자 혹은 남자들은 자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가장 가깝고 맞을 것인가? 나는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애로배우 우연정씨가 쓴 자서전 '그대 앞에 다시 서리라' 란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여자는 한쪽 다리에 암이 걸려 절단하고는 서울에서 전주 예수병원까지 암 치료를 받으러 매주 다녔다고 한다. 남편이 일 때문에 매번 같이 갈 수 없어 고속버스를 타고 혼자 가는데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을 때는 고속버스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에 가버리는 것을 보고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 직감 했다고 했다.
이렇듯 처음 만난 남자가 여자 차가 떠나기도 전에 인사만 하고 붕~ 떠나버리는가? 아니면 파킹 돼 있는 차 까지 같이 자상하게 같이 걸어와주고 여자 차가 안전하게 빠져 나가는 걸 보고 가는가?
자상한 지, 깊이가 있는 남자인지, 여자는 이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 부터 남자들을 체크하며 감동받고 또는 실망한다. 물론 플레이 보이들은 여자한테 매너있게 더 잘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것.
여자들이 대체로 제일 싫어 하는 남자는 잔머리를 잘 굴리며 치사하고 쪼잔하게 구는 인간이다. 내 친구가 만난 그 남자도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운이 좋아 돈은 많이 벌었는지 몰라도 처음 만난 여자의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수준에 맞는 곳만 가면서 노력도 안 하고 여자를 통채로 거저 만나려 하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다.
그런 식으로 해선 괜찮은 여자 만나기란 힘들다. 어지간히 바보 같은 여자가 아니면…. 여기서 내 말의 의도는 돈만 많이 쓰면 멋있는 남자다! 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결코 심순애의 마음을 사로 잡지 못한것 처럼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만고에 진리다.
돈을 마구 쓰면서 허풍쟁이 졸부 노릇을 하라는 게 아니고 돈 쓸 때를 제대로 알고 멋있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진정 돈에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쓸데 안 쓸데를 구분 할 줄 아는 남자 라는 것이다. 그래야 여자 한테도 존경 받을 수 있다.
또한 여자들은 미련하지 않은 이상 돈만 잘 쓰고 얼굴만 잘생겼다고 그 남자를 좋아 하지 않는다. 대화가 통하고 감정이 통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자들이여! 일단 상대가 마음에 들면 여자한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하라! 그래야 당신이 쳐놓은 그 사랑의 덫으로 여자가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면 여자는 당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있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아까울게 무엇인가? 돈이야 나중에 언제라도 생길 수 있지만 사람 만나는 건 그렇지 않다. 좋은 사람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내 친구가 만났던 그 남자도 복을 찼다. 요즘 그런 여자 흔치 않은데…. 예쁘지, 능력있지, 성격도 화끈하고, 정도 있고…. 옛말에 마음 가는데 물질이 간다고 했다. 남자는 크고 멀리 볼 줄 알아야 된다.
그렇지 않고 처음 만난 여자 한테 우선 돈 몇 푼 쓰는 걸 아까워하는 남자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없다. 현명한 남자라면 저 여자다 하고 느낌이 팍! 왔을 때는 물불 아끼지 말아야 된다.
여자는 남자가 사랑과 정성을 다해 여자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남자를 좋아하는 법이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 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남자들이여! 원하는 여자가 당신과 사랑에 빠지게 할려거든 절대로 쩨쩨하게 굴지 말고 물심양면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절대로 낚싯밥을 아까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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