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수사과는 6일 국가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인근 남의 땅을 자신들의 땅이라고 속여 토지 매입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기획 부동산업체인 H사 공동대표 배모(35)씨와 하모(34)씨를 구속하고, 상무이사 성모(44·여)씨 등 7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 부산 연산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텔레마케터를 통해 토지매매를 알선하면서 경북 포항시 구룡포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인근 남의 땅 660여㎡를 김모(44)씨에게 7900만원에 파는 등 최근까지 48명에게서 토지 매입대금 38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산업단지 예정지 인근 땅을 지주와 매매계약만 한 상태에서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거나, 아예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지주들 몰래 텔레마케팅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에게 파는 이른바 ‘봉이 김선달식’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바람에 이 기획부동산을 통해 토지를 사들인 일부 고객들은 매입한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무를 심었다가 지주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배씨 등은 100명이 넘는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한 뒤 “구룡포 일대 토지를 구입하면 높은 지가 상승이 기대되고, 토지 매매계약만 체결하면 한 달 안에 소유권 이전을 해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과 중도금을 챙겨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원창학 수사2계장은 “기존 기획부동산의 사기사건은 토지를 사들인 뒤 개발예정지라고 속여 높은 가격에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아예 토지도 없는 상태에서 벌인 점이 특이하다”며 “부동산 거래에서는 본인이 직접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뒤 소유자와 직접 거래해야 사기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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