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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에 만개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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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20 09:48:07 수정 : 2010-04-20 09: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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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인데 날씨가 매일 고르지 못하다. 며칠간 따듯 하다가 다시 추워지고 도대체 옷을 어느 계절에 맞추어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겨울 옷을 정리 해서 집어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없는 날씨가 계속 된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가까운 중국 장춘은 아직도 한 겨울 처럼 아주 춥다는 어느 분의 넋두리 이다.

날씨가 추워졌다 따뜻해졌다 하는 사이에도 어느덧 봄의 전령사들이 활짝 웃는다. 벚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뜨락에서 지인들과 봄을 즐겼다. 매월 두 번째 화요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체력 단련이란 약속 아래 기온이 좀 차갑기는 했으나 약속 장소인 아차산역으로 달렸다.

아마 내가 가장 문제가 되는 등산인 이지만 높은 데는 아직도 못 올라가는 위인인지라 나를 염려해서 그러는지 벌써 몇 번째 아차산에 가지만 갈 때 마다 올라가는 코스가 다르니 새로운 산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은 늘 마음속에 있다.

그날은 맛있는 족발을 만들어 내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아주 맛있는 족발을 많이 가져 와서 산속에서 여럿이 족발을 뜯는 재미도 가졌다. 등산이란 꼭 산을 즐기는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주고받는 대화 속에 살아온 지난날 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재미가 또 묘하다.

우리가 모이는 단체에는 한사람 한사람 특색이 있으나 결국 같은 종교를 믿는 신앙의 동지들이니 이보다 더 마음 통하는 친구들은 없다 하겠다. 한 번씩 해외 선교의 경험이 있고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 청춘을 불사르고 한바퀴 빙 돌아 60 대를 맞이한 비슷비슷한 나이들이니 더욱 통하는 마음은 충만하다.

수십 년을 봄을 지나 보내며 보았던 봄날의 아름다운 꽃들 그리고 가을날의 낙엽들 . 울고 웃고 넘어 왔던 구불구불 인생길, 고통과 좌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던 수많은 봄날들을 추억 한다.

 

 

연륜이란 무시할 수 없는 인생의 훈장이다. 산을 내려 오면서 워커힐 마당에 들러서 벚꽃을 촬영 했다. 벚꽃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지 글로는 표현 할 길이 없다. 핑크색 벚꽃과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그것은 우주를 창조한 신의 작품이고 그 작품을 만든 작가는 분명히 조물주이다.

인간이 아무리 기술이 좋은들 대자연의 아름다운 작품은 흉내도 못 낼 일이다. 바람이 휘익 불어 오더니 벚꽃잎이 하얀 눈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다. 꽃눈이다. 핑크색 꽃눈. 하늘은 청명 하고 봄날은 그렇게 지나 간다. 4월의 아름다운 빛깔이 세상에 퍼지면서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은 봄을 만끽하며 벚꽃의 추억을 쌓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10년 전 어느 친구가 병에 시달리며 하는 말이 "육신의 눈으로 저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소나무를 볼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남았을까?" 돌아 오는 봄날 아름다운 벚꽃을 바라보고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한 친구의 집 벚꽃 나무는 야속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추우니 더우니 해가면서도 우리들은 다음달은 수원으로 내려 가서 수원에 있는 어느 산으로 코스를 정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벚꽃을 뒤로 하고 다음달을 기약 했다.

유노숙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50.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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