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는 법정 스님의 유언이 전해지면서 스님의 책을 구해놓으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1976년 첫 출간된 이후 330만부 넘게 팔려나간 ‘무소유’를 낸 범우사가 스님의 뜻을 존중해 더 이상 책을 내지 않기로 하는 등 실제로 절판에 들어가자 “일단 사 놓고 보자”는 충동 구매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법정 스님 입적 이후 19일까지 ‘알라딘 중고샵’에서 스님의 책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298건이 거래됐다. 그 가운데 법정 스님 대표작 ‘무소유’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거래가 많이 성사됐다. 11∼19일 평균 거래가는 새 책 정가인 8000원의 6.35배인 5만800원에 달했다. 특히, 19일 오후에는 최고가인 7만7000원에 거래됐으며, 일부 판매자는 15만원대에 책을 팔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도 이미 법정 스님의 책들로 가득 찼다. 한국출판인회의가 12∼18일 전국 주요 서점 11곳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법정 스님의 신간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가 정상을 차지했고,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등 다른 책 7권이 20위 안에 들었다.
교보문고에서는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전시된 법정 스님의 책들마저 바로 팔려나가 진열대가 텅 비는 진풍경을 연출됐다.
한편, 법정 스님이 창건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사찰 내 도서관에 ‘무소유’ 등 법정 스님의 모든 저서를 전시해 이용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에는 법정 스님의 친필 서명본은 물론 고 김추환 추기경, 이해인 수녀 등 스님과 가까이 지냈던 지인들이 스님에게 선물하며 쓴 헌사가 남아 있는 책들까지 비치돼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