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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가신 자리..조계종은 불협화음

관련이슈 '무소유' 법정스님 입적

입력 : 2010-03-16 16:49:11 수정 : 2010-03-16 16: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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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은 삼성동 봉은사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법정스님은 1960년대 초 통도사에서 운허스님과 함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그때 운허스님과의 인연으로 1960년대 말에는 봉은사 다래헌으로 거처를 옮겨 동국역경원의 불교 경전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법정스님은 1976년 펴낸 대표산문집 '무소유' 속에 대표글인 '무소유'(1971년의 글)에서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라며 시작해 "난초 두 분에 대한 집착에서 무소유의 의미 같은 것을 터득했다. 하루에 한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썼다.

봉은사 입구에는 법정스님을 추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하지만 요즘 봉은사는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려는 것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조계종 총무원도 마찬가지로 지난달부터 조금씩 시작된 각종 불협화음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논란 = 공교롭게도 법정스님이 입적한 11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봉은사를 총무원장이 주지를 맡아 직접 관할하는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계종은 전국 사찰 가운데 단일 도량으로는 살림 규모가 제일 큰 서울 강남의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해 강북의 조계사와 연계해 강남북 포교벨트를 만든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웠으나 봉은사 측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편성과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등 사찰운영에 신도들까지 참여시키는 자율적인 사찰운영시스템과 가까스로 회복한 수행도량으로서의 위상이 직영사찰로 전환되면 유지될 수 없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에 대한 외압설, 자승 총무원장의 약속 위반설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은 지난 14일 일요법회에서 1천500여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총무원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이유를 봉은사의 주인인 신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다음 주까지 답변하라"며 공개 질의했고, "다음 주까지 답변이 없으면 전국 사찰과 신도들을 대상으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데 반대하는 1천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도를 비롯한 사부대중이 사찰의 주인인데 총무원은 '소통과 화합'을 한다고 하면서 해당사찰 주인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누구와 소통을 했느냐"고 비판하면서 "목숨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6일에는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봉은사의 초하루 법회에 참석, 2천300여 대중 앞에서 법문을 했다. 지관스님은 이날 직영사찰 전환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신도들은 사성제와 팔정도를 잘 지키면서 참선과 참회를 많이 하라"는 법문만 들려줬다.

봉은사는 경내 법왕루 주변에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논란을 다룬 신문기사들을 확대해 게시하고 있고, 직영사찰에 대한 설명, 총무원의 직영사찰 전환 추진 일지 등을 홈페이지에 실어 신도들에게 전하고 있다.

◇조계종 내 불협화음 =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해 11월5일 공식 취임한 후 꾸린 총무원 새 집행부는 출범 초기 종단운영의 기조를 정하고 1월12일 발표한 중장기 개혁 로드맵인 4개년 발전계획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에 부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봉은사 문제뿐만 아니라 종단 내 계파ㆍ문중 간의 이권이 부딪치는 모습이다. 계파ㆍ문중 간의 대연합으로 사실상 추대 형식을 통해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될 당시와는 다른 분열 양상이다.

총무원은 지난 1월 '승려 사유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제정해 3월부터 시작된 스님들의 승적변동 확인 신고인 '정기 분한신고' 기간에 시행하려 했지만 2월23일 종무회의에서 올 하반기로 시행을 미뤘다.

총무원은 스님들이 사유재산을 종단에 출연하겠다는 유언장과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이 규정이 실제로 재산을 종단으로 귀속할 가능성보다는 상징성이 강조되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시행을 앞두고 스님들의 문의와 반발이 많아지자 시행을 반년 늦췄다.

역시 2월 사찰의 토지처분금을 종단이 모아서 적립한 후 매년 교구 몇 곳에 나눠 지원하고 종단 차원의 사업을 위해 쓰자는 사찰부동산관리법 제정 작업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찰의 토지처분금을 총무원이 취합해 교구에 나눠준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지만, 교구 본사가 취합해 총무원과 공동예치한 후 교구 본사가 총무원의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총무원과 더불어 조계종 사판(事判)의 양대 축인 동국대 이사진 구성도 진통을 겪었다. 동국대 이사회를 하루 앞둔 10일 중앙종회에서 이사진 중 전 이사 영배ㆍ정념 스님의 후임 이사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후임이사 추천안은 부결됐다.

후임이사 추천안을 둘러싸고 지방 대형 사찰 두 곳에서는 지난 8일 아침 스님들이 집단으로 상경해 추천안에 대해 반발하고 총무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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