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의 감초가 있다. 페이스메이커다.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정상급 선수들이 라이벌 견제에만 신경 쓰는 일이 없도록 초반부터 치고 나가 중반까지 선두권을 이끄는 것이 임무다. 오버페이스를 거듭할밖에.
페이스메이커가 반드시 사람인 것은 아니다. 1804년 4분50초에 1마일을 달려 5분벽을 넘은 스코틀랜드 지주 로버트 바클리 캡틴의 기록이 깨진 것은 21년 후다. 20초나 기록을 단축한 제임스 메트카프에 의해서였다. 당시 페이스메이커는 사냥개였다. 메트카프는 사냥개를 좇아 총알처럼 달렸다고 한다. 사냥개에게 쫓겼다면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19세기 말엽 자동차, 자전거가 함께 경쟁한 프랑스 파리∼보르도 구간 도로경주의 페이스메이커는 자동차였다. 1897∼99년에는 자전거에 밀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독일 저술가 페터 보르샤이트는 ‘템포 바이러스’에서 이렇게 전한다. “길이 평평한 구간에서만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으므로, 둘은 좋은 맞수가 돼 매번 새 구간 기록을 세워나갔다.”
자동차 산업 발전 이후 자전거 입지는 급속히 비좁아졌다. 남은 것은 스포츠, 여가 용도다. 저개발국가라면 모를까 산업국가 도로에선 명함을 내밀 처지가 아닌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자전거 도시였던 중국 베이징도 차량 행렬로 뒤덮인 지 오래다. 그런데, 고목나무에 꽃이 피는가. 자전거 주가가 치솟고 있다. 적어도 국내에선 그렇다.
경남 창원시의 자전거 인센티브제가 다른 지자체로 확대된다고 한다. 그제 공표된 행정안전부의 ‘2010 자전거 정책’이 그렇다. 창원시가 시행 중인 제도는 산업단지 근로자 소속사가 자전거 출퇴근 수당을 지급하면, 시도 1인당 월 3만원 한도 내에서 별도 보조하는 인센티브제다.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에겐 낭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도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떨떠름한 감도 없지 않다. 투자 우선순위 판단이나 비용편익 분석을 깔끔히 마무리하고 카드를 꺼낸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녹색성장 페이스메이커로 삼는 것은 좋지만 오버페이스는 겁난다. 자전거가 만에 하나 중도 폐기되면 그때까지 재원을 감당할 납세자는 뭐가 되는가. 봉인가.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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