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등장으로 두려움을 느낀 트로이군은 성안으로 철수했다. 트로이는 성문을 굳게 닫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트로이의 성벽은 높고 견고하여 함락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급해진 쪽은 그리스군이었다. 본국에서 군량미를 조달해오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일 트로이 성 앞으로 몰려가서 시위를 하며 고함을 지르는 일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몇 번 성문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지만 피해만 입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트로이군은 성밖으로 나와 기습을 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는 재빨리 성안으로 돌아가곤 했다. 장기전을 벌이며 해변에 진을 치고 있는 그리스군은 점차 지치기 시작했다. 아킬레우스는 이대로 트로이를 포위하거나 강공으로는 트로이를 함락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장기전에 들어가면서 토로이에서는 원로 회의가 열렸다. 총지휘를 맡은 헥토르가 앞으로 나서서 동생 파리스를 지칭하며 심하게 책망했다.
"할 짓이 없어서 유부녀를 훔쳐다가 나라를 어렵게 하니? 너 같은 놈을 동생으로 둔 내가 부끄럽다."
파리스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계집애처럼 유약한 파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헥토르는 동생을 강하게 나무라고는 이번에는 원로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나라의 운명을 생각해 보시오. 원로들이시여. 차라리 헬레네를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전쟁을 끝내도록 합시다."
그의 말에 동조하는 원로들이 웅성거리며 파리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럽시다. 헬레네는 요물이오. 트로이를 멸망시키러 온 요물이란 말이오. 그리스의 첩자일 수도 있소. 그러니 그녀를 돌려보내고 전쟁을 끝냅시다."
파리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프리아모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리스! 너는 어떻게 할 셈이냐? 너도 헬레네를 그리스로 돌려보내는 데 찬성하느냐?"
그러자 파리스는 원로들과 프리아모스를 향해 무릎을 꿇며 말했다.
"나는 그녀를 돌려보낼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녀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프리아모스는 선 채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땅에 원로들이여. 우리 싸웁시다. 비록 헬레네가 그리스의 여인이라 할지라도 내 안에 들어온 이상 나의 가족이오. 또한 그녀를 돌려보내고 전쟁을 끝내는 것은 트로이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오. 우리는 충분한 승산이 있소. 헥토르, 너는 트로이의 총 지휘관이기 전에 파리스의 형이다. 네가 한 번 양보하고 트로이의 명예와 가족을 위해 싸워다오."
아킬레우스는 작전을 바꿔 트로이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트로이와 이웃한 나라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트로이를 접경으로 하고 있는 12개의 나라들을 하나씩 차례로 공격하기로 정한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진영을 함대로 옮기고 일부 병력을 빼내어 트로이의 이웃 나라를 공격하러 진군했다.
아킬레우스는 12개의 도시와 내륙의 도시들을 공격했다. 그를 대적할 도시는 별로 없었다. 아킬레우스가 수중에 넣은 도시 중에는 테베도 포함되어 있었다. 테베의 왕은 에에티온이었다. 이 나라의 공주 안드로마케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아킬레우스는 테베를 공격하여 왕뿐 아니라 왕자 7명을 죽였고, 왕비는 인질로 삼았다.
안드로마케는 트로이의 성 안에서 가족들이 비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였다. 헥토르는 프리아모스의 첫 아들로 무예에 능하고 총명한 왕자였다. 이번 전쟁에 선봉에 서서 트로이군을 총 지휘하고 있는 그는 동생 파리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지만 동생을 원망하지 않았고, 동생의 유약한 모습만 책망하곤 했다.
트로이를 총지휘하는 그는 자신의 병사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트로이를 지켜내기 위해 지연전을 택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그런 그의 허를 찔러 동맹국들을 공격하여 차례로 점령하고 있었다. 그 중에 자기 아내의 나라 테베도 아킬레우스의 손에 넘어가고 장인은 비참하게 죽고, 처남들도 몰살당했으며, 장모는 포로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아내를 위로했다.
"내 그대의 원수를 필시 갚을 것이오. 하지만 이 전쟁은 어떻게 될지 모르오. 이제 그리스와 일전을 벌여야만 하오. 만일 우리가 패하면 이 나라의 모든 여인들은 저들의 노리개가 될 것이오. 우리 아이들은 저들의 종이 되고 말 것이오. 그런 날이 올 리는 없지만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후일을 위해 내 자식 아스티아낙스만은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오. 최후의 순간이 오면 비밀통로로 피하여 다른 나라로 탈출하시오. 거기에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부탁하오. 나는 이 나라의 여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며, 내 아이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오. 후일 나는 솔직한 사람이었으며, 용감한 용사였고,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나이로 기록되길 바랄 뿐이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는 힘차게 포옹했다. 안드로마케의 얼굴은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처음으로 트로이 땅을 밟았던 그리스의 용사 프로테실라오스를 한칼에 죽였던 용장 헥토르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비장한 각오로 아내의 가슴에서 물러난 그는 아들을 안고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자신을 대신하여 트로이를 잘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아킬레우스는 이 외에도 릴네소스로 쳐들어가 그 나라의 왕 아이네이아스를 만나 그를 패주시켰고, 에베노스의 아들인 미네스와 에피스트로포스도 죽였다. 그가 아름다운 브리세이스를 생포한 것도 이곳이었다. 아킬레우스는 그녀를 보자 비록 적국의 여인이었지만 한 눈에 반했다. 그는 그 나라를 완전히 점령하고 여인을 자신의 막사로 강제로 끌고 갔다.
"이봐, 고개를 들어보게."
여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비에 흠뻑 젖은 산새처럼 애처롭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묘한 신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살포시 드러난 그녀의 살결은 물방울이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 떨어질 것처럼 투명하고 고왔다. 그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를 억센 손으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그럴수록 아킬레우스의 남성은 더욱 굳어지고 팽창했다. 참고 있던 남성이 고개를 들고 여인의 깊은 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는 무아지경에 빠져 그녀를 더욱 거세게 앞으로 당겼다. 이마에 담이 맺혔고 등줄기로 쉴 새 없이 땀이 샘처럼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도 욱신거렸다. 수동적으로 그를 받아들이기만 하던 그녀의 여성이 활짝 문을 열었다. 아킬레우스의 강한 남성이 끝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갔다, 놀란 여성은 남성을 조이며 성문을 닫는다. 압박당한 아킬레우스의 남성이 더 단단해지며 그의 입에서 가쁜 숨이 내뱉어진다. 거친 호흡과 그의 오묘한 큰 외침, 그녀의 입에서도 고통스러운 단발마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환희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벌어지는 속에서 긴장하고 있던 그의 몸은 마음껏 자유를 발산하며 자기 안에 내재하고 있던 물질을 아낌없이 남성을 통해 토해내었다. 억누르고 있던 그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듯한 환희, 아킬레우스는 아주 큰 외침을 토해냈다. 마치 막사가 흔들릴 것 같았다. 거부하던 여인도 그를 절대 놓치 않을 것처럼 강하게 그의 몸과 남성을 조였다.
그날부터 아킬레우스는 그녀를 자기 진영에 두고 잘 지키도록 부하들에게 시켰다. 아킬레우스는 그녀와 회포를 풀고부터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는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아킬레우스는 그때부터 전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녀와 함께 지내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 여러 도시를 점령하여 얻은 양식으로 어느 정도 군량미도 마련되었고, 다른 물자도 충분했으며, 노예로 잡아온 여인들과 병사들로 돌아가며 회포를 풀 수도 있었다. 브리세이스만은 아킬레우스의 여인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때 그리스 진영에는 이름 모를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아가멤논은 그 원인을 알아본 결과 자신이 첩으로 삼은 크리세이스가 아폴론의 신관인 크리세스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고, 아폴론 신이 그 일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군이 납치해서 아가멤논에게 준, 아폴론의 사제의 딸 크리세이스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와서 딸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아가멤논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사제는 그가 섬기는 강력한 신께 기도를 올렸다. 아폴론은 사제의 기도를 들었다. 아폴론은 전차를 동원하여 불의 화살들을 그리스군에게 쏘아댔다. 그 일로 사람들은 병들고 죽어갔고, 화장하는 장작불이 끊임없이 불타고 있었다.
마침내 아킬레우스는 족장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우리는 지금 강한 두 적을 앞에 두고 있소. 하나는 우리 진영에 돌고 있는 전염병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와 전선을 마주한 트로이군이오. 이 둘에 대항하여 우리는 견디어 낼 수 없소. 방법은 우선 우리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는 아폴론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오. 그렇지 않다면 귀국하는 방법밖에 없소."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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