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실력 매우 향상” 패배 인정

하지만 이번 2010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볼프는 여자 500m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2007년 열린 월드컵에서 4차례나 우승하면서 이 종목 1인자에 오른 이후 수차례 월드컵 우승과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3연패를 통해 ‘단거리 여제’의 자리를 굳혀 왔기 때문. 2009-10시즌 8번의 월드컵 레이스 가운데 6차례 1위를 했고, 특히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대회에선 자신이 보유한 세계신기록을 0.02초 앞당기며 이번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한국의 여자 500m 기대주 이상화도 경기 전 ‘함께 뛰기가 가장 꺼려지는 선수’로 볼프를 꼽을 정도였다. 더욱이 볼프의 올해 나이는 31살.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도전인 볼프로선 금메달을 향한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볼프는 그러나 17일 여자 500m에서 이상화에게 0.05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여제’의 3번째 올림픽 도전을 가로막은 것은 10살이나 어린 ‘신세대 스프린터’ 이상화의 무서운 성장세였다.
외신들은 일제히 ‘막강 우승 후보를 제압한 충격적인 승리’라고 긴급기사를 쏟아냈지만, 경기 뒤 볼프의 반응은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이상화가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었다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집중력이 좋고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 그의 실력이 매우 향상됐다”면서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경기장의 빙질과 1차 레이스에서 나온 이상화의 부정 출발에 대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볼프는 “얼음 상태는 괜찮았고, 모든 선수들이 같은 조건에서 레이스를 한다”며 “부정 출발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패배의 핑계로 삼을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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