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기준시가 9억 초과 주택 해당… “제도 보완 필요”

내년에 과세되는 주택 전세보증금의 경우 고가주택 기준이 없어 1∼2채를 보유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보증금을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가 하면 월세 과세에선 소득기준 미비로 고액 월세 소득자가 비과세되는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제가 공평하지 못하면 조세저항으로 준법의식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새 제도 시행에 앞서 이런 미비점들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도입되는 주택 전세보증금 과세는 보증금 3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자에 한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1∼2채를 보유한 사람은 전세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과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예를 들어 저가 주택 3채로 올해 보증금 4억원을 받은 사람은 3억원 초과분인 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내년에 납부해야 하지만 고가 주택 2채를 가진 사람은 20억원의 보증금을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로써 부동산 부유층은 세제 개편 이후에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게 됐다. 이는 현행 월세 과세 방식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월세의 경우 현재 2주택자 또는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돼 있다. 월세와의 형평성을 위해 도입된 전세금 과세가 오히려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는 셈이다.
더욱이 월세 과세는 월세 수입이 아닌 주택의 기준시가(9억원)로 과세 여부를 판단해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시각이 많다. 가령 1주택자의 경우 기준시가 9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는 월세 250만원을 받으면 최고 800만원이 넘는 종합소득세를 내지만 8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로 이보다 많은 300만원의 월세를 받더라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 징수 등 행정 편의성만 중시하다 보니 전·월세 간의 형평성 등 허점이 많은 세제가 탄생했다”며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소 연구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대로 부동산 세제에 손을 대는 바람에 ‘짜깁기’식 세제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 과세가 형평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전세가격 전가, 조세저항 등 현실 여건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연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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