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분석 결과 지난해 지방법원 합의부에 의해 이루어진 형사사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사람은 10명 중 6.02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2008년보다 0.48명 많아진 수치다. 10∼20%에 지나지 않는 미국과 일본의 항소율에 비춰보면 항소남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항소사건 가운데 1심 판결이 파기되는 경우는 10명 중 4.09명에 달했다. 쌍용차 사태에 대한 재판처럼 항소하면 형량을 깎아주니 너도나도 ‘항소부터 하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심판결 불복이 많아지는 것은 법원이 자초한 결과인 셈이다.
이런 상황은 신뢰가 흔들리는 법원 판결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3심제는 억울한 처분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항소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형사사건 1심 판결 중 절반에 육박하는 판결이 항소심에서 파기된다는 것은 분명 법원 내부의 문제로 귀착된다. 항소심 파기율이 높은 데에는 엄격한 양형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판사에 따라 형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소심에서 전관예우의 힘이 더 작동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법원이 이런 평판을 받아서는 법의 권위는 물론이고 법과 질서가 바로 서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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