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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44>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

관련이슈 박종현 기자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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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불통의 시대 소통의 길을 찾아주다
“언젠가는 무대에 오르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나온 말이었다. 사진기자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그와 편하게 대화하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그런데 무대라니. 한국 사회의 각종 이슈 현장에서 토론문화를 일궜던 방송인 출신인 그가 정치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이야기일까. 의미 있는 특종을 건질 수 있겠다는 흥분감이 순간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기자의 기대였을 뿐이다.

◇정관용 교수는 토론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그는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에서 토론하고 갈등 해결에 이르는 과정이 한 사회의 수준을 드러낸다”며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내 부족한 생각을 상대와의 대화에서 메우겠다는 철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송원영 기자
“형의 영향으로 연극에 관심도 많았고, 대학생 시절 단과대 연극반에서 활동도 했어요. 시간을 내어 나중에라도 연극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영화도 좋고요. 카메오이지만 영화에는 잠시 출연했어요. 하하.”

말을 멈춘 그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더니, 모니터에서 영화 ‘킬 미’를 찾아낸다. 특별 출연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보인다. 신현준, 강혜정 주연의 영화라면 인기를 끌었을 듯도 싶은데, 얼마 되지 않아 개봉관에서 내렸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확인해보니 2009년 11월에 개봉됐던 영화다. 그의 출연이 일부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는 소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배우 정관용 혹은 영화인 정관용은 쉽게 추측되지 않는다. 방송인에서 교수로 활동을 시작한 이력을 고려하면 어울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정관용’이기에 가능할 듯도 싶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온 이가 아닌가. 지금은 토론의 사회자에서 교수로 정체성을 바꾼 것처럼, 나중에라도 교수에서 연극인으로 그의 모습이 바뀌어도 좋을 듯싶었다. 조금씩 삶에 변화를 이끌어온 그의 태도와도 어울릴 듯해서다. 지금은 정교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는 꽤 오랫동안 경희대와 동국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다소 딱딱한 주제를 대상으로 유쾌하게 대화를 나눈 그와의 만남을 반추해본다.

지난해 하반기에 서울 대치동의 한림국제대학원대학의 교수가 된 그는 올해 1학기부터 학생들을 본격적으로 만난다. 약속시간에 맞춰 연구실 문을 열자 담배 냄새가 먼저 났다. 그가 담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던 터였다. 지난해 가을 KBS의 심야토론 사회자에서 하차할 당시의 설왕설래가 떠올랐다. 시간이 지났으니,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도 같았다. 그의 하차는 방송인 김제동의 KBS 하차 등과 결부돼 정치,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언론 일각에서는 그가 방송 사회자의 마이크를 내놓은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작용했다는 설이 넘쳤다. 진보적인 인터넷 매체의 이사를 맡고 있어 미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짧게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는 점은 논란이 안 됐다. 몇 달 지났으니까 당사자의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당시 상황과 하차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상황이 아니지요. 다만, 알려지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자면, KBS 출신이 하는 게 좋다는 내부적인 욕구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사실이라면 KBS 직원의 욕구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흥미로운 점은 방송 토론을 진행하면서 객관적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그의 태도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선명한 인상만큼이나 자신에 대한 절제감이 잘 묻어난다. 문제는 20년 넘게 방송토론의 외길을 달려온 그의 전문성이 일정 기간이나마 사장될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정작 그는 제대로 된 토론과 소통을 위해서는 ‘방송 토론은 잊으라’고 제안한다. 방송 토론은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거친 말싸움이 횡행하고, 집단이나 조직의 대표 선수로 나온 토론자는 상대방이 아닌 방송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논란이 첨예할 때마다 방송 토론을 즐기고,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출연자의 적극적인 싸움을 즐긴다. 그게 실은 불통의 시작은 아닐까.

“토론 문화의 성숙을 기대할 수 없어 바람직한 의미의 소통은 힘든 게 방송 토론의 특징입니다. 그래도 방송 토론의 기능은 있지요. 방송 토론은 사회적인 이슈와 정보를 집중해 전달하지요. 시청자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정립하는 데 도움도 됩니다.”

시대의 중립을 선언한 정 교수의 이런 생각과 의지는 지난해 말 내놓은 신간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신간 ‘나는 당신의 말 할 권리를 지지한다’에서 불통의 시대에 소통의 길을 찾는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 사이, 조직 사이의 관계를 한 번만 더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과거를 조금 덜 보고, 미래를 더 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토론은 승패 게임이 아니라, 건설적인 발전을 이끄는 과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그가 제안하는 방식은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 방송에서도 접할 수 있는 문화다. 평론가 수준인 사회자가 전문가와 일대일 토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찬반 의견이 명확한 이들이 정치적인 이슈에서조차 사회를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상대편의 주장을 꺾어놓겠다’보다는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얻어서 내가 변하면 더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에 내 의견만 강조한다면 굳이 시간을 내 방송 토론을 지켜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반 시청자들도 이런 변화된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도입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다양화 차원에서 기획하고 시도해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방송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토론의 자세는 무엇일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듣기 자세다. 이해하면서 비판적으로 동감하면서 듣는 자세로 자신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그는 ‘6·3·1 법칙’으로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상대방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과 토론 준비, 실행이 토론의 핵심이다. 비율로 따지면 마음가짐이 60%쯤, 토론 준비와 실행은 30%와 10%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것은 어느 한 부문의 잘못이 아니다. 교육 현장과 회사에서는 아직도 절대적인 권위와 상명하복 정서가 여전하다. 정 교수는 언론의 당파성도 지적했다. 언론과 정치, 사회 조직이 적대적 공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당파성을 자신부터 극복할 때 토론문화가 성숙하고, 사회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의 당파성을 극복할 수 있는 예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꺼내들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세종시 문제를 다루지만 모두 정치적으로 선험적 판단을 내리고 있어요. 팩트(사실)보다는 주장이 넘쳐요. 잘못이지요. 지금이라도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정밀하게 비교하고, 관련자를 객관적으로 인터뷰하고, 이에 따른 반응을 촘촘하게 따라갈 필요가 있어요. 인기를 끄는 기사는 아니겠지만, 필요한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의미 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조직이나 단체의 강자가 바뀌어야 토론문화가 성숙해진다”는 정 교수는 “학교에서는 이사장과 교장이, 교실에서는 교사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집에서는 어떻게 투영될까. 고등학교 3학년인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평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그의 태도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미국 법학과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강의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소통의 문화를 성숙시키는 과정에 참여하는 정 교수는 제대로 된 대담문화도 만들고 싶어 한다. 기회가 된다면 방송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고, 정치권이 아닌 다른 세계의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담아내고도 싶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과 분명한 자기 아우라가 있는 분들의 삶을 이해하고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bali@segye.com

■정관용 교수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1962년 충남 천안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국민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신문방송학 박사 과정 수료. 학술단체 활동을 병행하며 현대사회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80년대 말 CBS 라디오에서 시사해설을 맡으면서 방송 활동과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KBS 심야토론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저서

‘나는 당신의 말 할 권리를 지지한다’, ‘문제는 리더다’, ‘우울한 세상과의 따뜻한 대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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