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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을 낭비하는 현대인 질타

입력 : 2010-02-05 22:30:36 수정 : 2010-02-05 22: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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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와 욕망―쓰레기의 사회사/수전 스트레서 지음/김승진 옮김/이후/2만1000원

수전 스트레서 지음/김승진 옮김/이후/2만1000원
며칠 전 가스레인지를 버렸다. 가스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약간의 수리비만 들이면 충분히 더 쓸 만한 것이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새 가스레인지를 사왔다. 10년 이상 사용한 가스레인지에 진력이 났다는 게 가스레인지를 쓰레기 처분한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버려진 가스레인지는 쓰레기일까. 버린 지 몇 시간 후 내다보니 가스레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가져간 게 분명했다. 사실 버리는 순간 폐기 처분되기보다는 누군가가 사용하기를 바라는 맘이 컸다. 재사용되지 않는다면 가스레인지는 수거업자나 재활용센터로 흘러들어간 뒤 사라질 것이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보편화한 21세기,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버려진다.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님에도 쓰레기 처리되는 시대다. 옷은 한때의 유행이 지나면 버려진다. 현대인들은 그것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컴퓨터는 첨단기능이 장착된 모델이 주기적으로 쏟아진다. 멀쩡한 최신 휴대전화도 이제 스마트폰으로 급속 대체되고 있다. 인간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낡은 것은 버려라’를 강요하고 있다.

수전 스트레서 델라웨어대 역사학과 교수의 ‘낭비와 욕망―쓰레기의 사회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물건이 용도를 다한 뒤 어떻게 재사용, 폐기되는지 쓰레기 처리사를 통해 본 소비문화 역사서 겸 비평서다. 저자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생산물은 사용된 뒤 그냥 버려지지 않고 재사용되는 ‘되사용 문화’였지만,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런 흐름은 ‘버리는 문화’로 대체됐다고 분석한다.

여기에는 광고와 마케팅의 힘이 지대했다. 그래서 저자는 ‘쓰레기 문화’를 ‘소비문화’의 또다른 이름으로 바라보며 자원을 낭비하는 현대인들을 질타한다. 지은이는 ‘낭비와 욕망’이 낳은 쓰레기, 오염 등 환경문제가 낙관적으로 풀릴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산업화 이전의 생활 방식, 즉 사물을 끝까지 살피는 태도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대신 지구와 자원을 끝까지 살피는 태도에 기초한 새로운 도덕, 새로운 상식, 그리고 노동 가치와 효용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한다면 아마도 소비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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