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는 빈의 베스트반호프(Westbahnhof 서부역)에서 타게 됐다.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동안 중간에 내려 여러 도시를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간질간질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이라면 중간역에서 내려 곳곳을 둘러본 뒤 다음 기차를 타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행에서 홀로 빠져 나와 시간이 한정돼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기대했다. 목적지인 잘츠부르크가 이 아쉬움의 상당 부문을 채워줄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고작 하루 일정으로 잘츠부르크행 기차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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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헨부르크성에서 내려다보는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 하얀 눈이 내리자 천년 고도가 잘차흐 강과 함께 은은한 분위기 속에 잠겨 있다. |
오스트리아에 합병되던 1816년 잘츠부르크는 작은 공국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8세기 이후 가톨릭의 대주교와 추기경이 종교와 정치 부문에서 수장 역할을 하면서 가톨릭 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다해왔다. 잘츠부르크의 시작은 기원전 15년 고대 로마 사람들이 정착한 주바움(Juvavum)이란 마을에 두고 있다. 20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다.
눈 속에 파묻힌 잘츠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변하지 않은 도시처럼 보인다.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동양의 이방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안정돼 있다. 현대의 시간 속에 예전의 공간이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다. 중세풍을 연상시키는 좁은 거리와 성당, 대학, 가게…. 예쁜 도시다. 체코의 프라하와 함께 잘츠부르크를 ‘북쪽의 로마’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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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츠부르크의 요새라 불리는 호헨부르크성은 걷기에 적당한 경사도를 지녔다. 육중한 문(위)를 열고 들어가면 중세의 모습이 펼쳐진다. |
계획하지 않고 방문하면 괜한 수고를 할 가능성이 농후한 다른 지역과 달리, 잘츠부르크는 무작정 방문해도 즐길 게 있다는 이야기다. 콘서트와 음악회 관람은 그 좋은 사례들이다. 18세기 이후 모차르트의 도시로 알려진 곳은 이렇게 특징을 드러낸다. 연중 계속되는 각종 행사는 모차르트 탄생 250년을 기념한 2006년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올해 1월 말에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탄생주간 축제’를 열고 있었다. 이 축제는 해마다 2월 초까지 이어지는 음악회다.
그래서일까.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듯하다. 모차르트가 이곳을 알리기 전에는 소금이 알렸다. 소금(Salz·잘츠)의 성(Burg·부르크)답게 잘츠부르크는 ‘오래된 신선함’을 미덕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소금을 실어 나르는 역할은 한 ‘소금물이 흐르는 강’ 잘차흐 강에도 피아노의 선율을 타고 눈이 내린다. 다리 위로 멀리 성곽인 호헨부르크도 눈에 모습을 감추었다.
400년 넘는 공사로 1400년대에 완성된 오래된 성답게 웅장하다. 맑은 날에는 알프스산맥이 보인다는 설명에 눈 오는 날 굳이 성곽에 올라가 본다. 천년의 고도와 하얀 낭만을 실은 백년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마침 성 위로 올라가는 리프트를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성곽을 찾아 30분 동안 거니는 기쁨을 누렸다. 성 안에는 공무원 신분의 주민 10여명이 거주하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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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벨 정원의 나무와 건물들도 백설로 외피를 두르고 있다. |
대성당이 있는 쪽은 구시가에서 잘차흐 강 건너편으로 신시가지가 보인다. 그러고 보면 잘차흐 강은 잘츠부르크의 한강이다. 다만 차이점은 신시가지는 우리의 강남이 아니다. 새롭게 들어선 게 아니다. 단지 수백년 전부터 그리 불렀다. 변하지 않는 도시이니, 잘츠부르크에 개발 열풍이 몰아쳤을 리는 없다. 지금도 인구는 16만명 남짓이다. 도심에 자가용이 지나다닐 수 없는 전통을 간직한 잘츠부르크가 그 인구보다 수십 배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이유일 것이다. 잘차흐 강은 하얀 눈발 속에서 지금도 모차르트의 선율을 타고 도시를 나누며 흐르고 있다.
잘츠부르크=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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