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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정씨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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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03 20:17:03 수정 : 2010-02-03 2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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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한때 노씨 가문의 약진이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다. 우리가 건국 이후 배출한 대통령 10명 가운데 2명이 노씨 성을 가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전체 인구 중에 노씨 성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0.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대통령이 되는 데 대성(大姓) 출신이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자각도 생겼다. 물론 나머지 대통령은 김씨 2명, 이씨 2명, 박씨 최씨 윤씨 전씨 각 1명 등 대부분 대성 출신이다.

요즘 한국 권력세계에 정씨 전성시대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여권의 3대 핵심포스트를 정씨가 차지하고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의원이 그렇다. 또 한나라당 신임 사무총장에 정병국 의원이 내정됐고 정미경 의원은 대변인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핵심 당직 6개 가운데 4개를 정씨가 맡게 됐다. 정양석 대표비서실장도 정씨다. 이 가운데 정세균 대표만 고무래 정(丁)씨이고 나머지는 모두 나라 정(鄭)씨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종친회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나라 정씨는 전체 인구의 4.4%, 고무래 정씨는 0.4% 정도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노씨만큼 소성(小姓)은 아니지만 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7명 가운데 20명도 정씨로 6.7% 정도를 차지해 역시 인구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많다. 여운이 묘하다. 정씨를 정치 정(政)씨로 고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하다.

흥미롭게도 정씨를 바를 정(正)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정감록과 관련이 있다. 정감록에서 말하는 진인은 정도령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선왕조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변된다는 뜻이 깔려 있는 만큼 성씨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중이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중요하기에 정(鄭)도령을 정(正)도령으로 불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럴듯하다. 하기야 사람이 바르고 유능하기만 하다면 성씨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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