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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을 복구하는 장인들] <2> 번와장 이근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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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한장 한장에 숨결 담아 세계 최고의 ‘곡선美’ 살리겠다”
“1997년 숭례문 기와보수 작업을 담당했던 저로서는 숭례문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지요. 당시 번와장으로 깨지고 낡은 기와를 내리고 새 기와로 교체해 말끔히 단장된 숭례문을 올려다보며 좋아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아요. 그런데 난데없이 화재가 나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번와장으로 다시 숭례문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번와장 이근복씨가 지난달 27일 숭례문 복구현장을 찾아 “기와를 잘 이어야 어느 건물이든 멋과 수명을 살릴 수 있다”며 “번와공으로 기와 한 장 한 장에 숨결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복구작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호 기자
지난달 27일 숭례문 복구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번와장 이근복(60)씨는 그의 손으로 숭례문의 ‘지붕’을 다시 세우는 일에 참여하게 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복궁·경희궁 등 옛 궁궐이나 전통가옥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지붕의 기와다. 이 기와를 잇는 장인이 번와장이며 그는 번와장으로 국내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다.

이씨는 기자가 찾은 이날부터 3일간 전수조교 등 일행과 10일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복구공사에 앞서 기와를 해체했다. 불에 타 깨진 것은 깨진 대로, 성한 것은 성한 대로 분류해 걷어내는 작업이다. 사흘간의 기와 해체작업을 끝낸 이씨는 목수들이 서까래를 까는 등 목공 분야가 끝나면 다시 투입돼 기와를 잇는다.

번와장으로 40년 외길인생을 살아온 그가 말하는 기왓일은 어려우면서도 흥미롭다. 전통건축에 사용되는 기와는 건물의 규모에 따라 소와·중와·대와로 구분된다. 기와는 1000∼1200도에서 충분히 구워진 것으로 균열이나 뒤틀림이 없어야 한다. 국보인 숭례문에는 390㎜나 되는 특대와(特大瓦)가 쓰인다. 숭례문 기와작업에는 암키와 1만8000장, 수키와 7200장, 암막새 500장, 수막새 500장이 투입된다.

기와를 잇는 공법은 이렇다. 암키와는 중앙부에서 기와 곡선을 잡아 이에 맞추어 깔아나가되 겹치기는 보통 3겹으로 한다. 수키와는 암키와와 암키와 사이에 홍두깨흙(기와를 이을 때에 수키와가 붙어 있도록 그 밑에 괴는 반죽한 흙)을 단단히 채워 추녀 끝 수막새에서 마루턱까지 줄 바르게 덮어 나간다. 암막새와 수막새는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동선으로 알매흙(기와를 이을 때 이겨서 까는 흙)과 홍두깨흙에 일일이 고정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하다 보면 발은 미끄럽고, 허리는 아프다 못해 끊어질 정도의 고통이 밀려오기도 해요. 더울 때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어요. 높은 건축물에서 작업할 때는 추락의 공포까지 느껴야 합니다.” 기와장이로서 오랜 기간의 이 같은 고단한 경험이 중요무형문화재인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셈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 옛궁이나 사찰 등 전통 건축물의 미(美)를 좌우하는 게 지붕마루다. 지붕마루는 목수가 어느 정도 마루 곡선을 결정지었다 해도 그 곡률(曲律)은 번와공의 솜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심(마루나 서까래의 뒷목을 보강하기 위하여 큰 원목을 눌러 박은 것)을 너무 많이 채우면 기와의 라인이 살지 않고 적게 채우면 기와가 부서지기 쉽습니다. 기와를 서로 고정하기 위해 채우는 흙과 생석회의 배합도 잘 맞지 않으면 기와가 미끄러져 내리기 때문에 오랜 경험과 솜씨가 요구되지요.” 한번 이은 기와지붕이 오래가느냐, 아니냐는 순전히 노련한 번와공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전북 임실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 건축일을 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기와 잇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일, 기왓일, 미장일까지 모두 혼자서 척척 해내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건축일을 배우던 그는 특히 기와를 잇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래서 10대때부터 고(故) 기선길씨 등 여러 스승으로부터 일을 배우며 전국의 현장을 다녔다. 기와만 잘 이으면 비가 새지 않아 목조건물이 썩을 염려가 없고, 썩지 않는다면 수백 년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는 얘기가 당시 기왓일을 막 배우기 시작한 그에게는 ‘마술’처럼 여겨졌다. 그는 지금도 공사를 끝낸 기와지붕들이 햇볕을 받아 물결치듯 일렁일 때면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는다고 한다.

40년 넘게 번와장의 길을 걸으며 경복궁 수정전, 창덕궁 돈화문 등 5대 궁을 비롯한 봉정사 극락전, 법주사 대웅전 등 200여곳을 보수하거나 신축했다.

그는 요즘 전통 번와기법의 보존을 위해 경기 고양에 사재로 ‘전수교육장’을 마련해 후학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번와기술을 남김 없이 전수하고 싶어서다.

“2년 전 숭례문에 불이 나자 한걸음에 달려가 다음날 오전까지 한 번도 앉아 보지도 않은 채 우두커니 서서 12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던 그날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그는 “국보 1호 숭례문의 ‘장수(長壽)’는 번와장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천년이 가는 우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땀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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