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듣기로는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 뒷바라지 하는데는 그 어느 나라도 따라 갈 수 없다고 하는데 물론 그 얘기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미국 부모들도 결코 한국 부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아니, 세계 어느 나라든 부모가 된 사람치고 자식을 최고로 뒷바라지 하고 싶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부모도 어찌 할 수 없는 환경, 가난 때문이라던지 아니면 헤어져 살아야 할 어떤 이유, 각자에게 처해진 많은 조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녀 뒷바라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모만 있을 것이다.

우리 딸 아이가 미국 여자 축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유치원때부터다. 그러니까 12년 전이다. 수영을 비롯해 태권도, 피아노, 발레 다 시켜 봤지만, 축구를 가장 좋아해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한국하고는 달리 미국에서는 남자 축구는 별로 인기가 없는 반면 여자 축구 인기는 대단하다. 축구만 잘해도 미국 유명대학교 장학생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처음에 우리 딸아이가 축구를 하고 싶어할 때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무슨 여자애가 축구를? 피아노나 배우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래 살다 보니, 생각도 바뀌게 되었고 자식이 좋아하는걸 도와 준다는건 부모로서 보람이었다. 그 동안 늘 필드에서 느낀 것이지만 미국 부모들의 자녀 뒷바라지는 허왕된 치마 바람 같은 게 아닌, 조용하면서도 끈기 있고 실질적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지치는 기색 없이 뒤에서 힘껏 응원해주는 것이 가장 보기 좋았다.
이번 훌로리다 여자 축구 결승전 필드의 열기는 뜨거웠다. 50개 주에서 게임을 거쳐 선발된 여자 고등학교 최고의 축구팀들이 모여서 겨루는 중요한 게임이었다. 북극에서 불어온 한파로 동부를 강타한 추위가 1년 내내 따뜻해야할 훌로리다까지 영향을 미쳐 사상 최고의 추위가 하필 우리가 간 다음날 부터 몰아 닥쳤고 비까지 억수로 쏟아지는 날도 있었지만 얇은 나이론 유니폼 하나만 걸치고 뛰어야하는 선수들과 그 부모들의 열정을 누그러 뜨릴 수는 없었다. 또한, 지금은 은퇴했지만 10년 전 미국 NFL 최고의 풋볼 선수였고 지금도 한 시간 강의에 만불(천만원정도)을 받는 키가 육 척이나 되는 찰리 맨이 딸을 응원하기 위해 끝나는 날까지 필드를 지켰다.

우리 딸아이의 팀은 맥클린 스트라이크 였는데 상대팀들은 아이다호, 뉴멕시코, 뉴저지, 달라스 팀과의 5일간 4번의 게임에서 마지막 달라스 팀하고 겨뤄서 힘겹게 지고 3승1패에 준우승을 하고 왔다. 양팀 모두 너무나 열정적으로 플레이를 잘해서 끝나는날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다른 많은 경기가 그렇치만 축구도 팀웍이다. 날마다 딸아이를 필드에 실어 나르고 팀미팅에다 뭐다 시간이 없어 호텔에서 단 5분거리인 그 유명한 디지니월드를 지나다니면서도 구경하러 갈 시간조차 없어 문앞에서 사진만 찍었지만 모든 선수와 팀 부모들이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한 이번 시즌 토너먼트 게임은 부모들이 자식 뒷바라지에 힘든게 아닌, 그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부모들에게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함께 안겨준 귀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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