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년 미주지역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독립한 아이티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미래가 기대되는 나라였다. 그러나 1957년부터 86년까지 미국을 등에 업은 뒤발리에 가문이 대를 이어 독재정치를 펼치면서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부패한 나라가 됐다.
1990년 민주화의 선봉이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반년 만에 일어난 쿠데타로 국외 망명을 했다 복귀했고, 2000년 재선에 성공한 뒤 4년 만에 군사쿠데타로 완전히 쫓겨나는 등 50년 넘게 정치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국민의 절반 이상은 최저생계비조차 벌지 못하는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다.
2009년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서반구 내 두 번째 빈국으로 900여만명에 이르는 전체 인구 중 약 70%가 하루 2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한다. 2008년엔 굶주린 아이들이 진흙으로 만든 과자를 먹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아이티에 정부 차원의 변변한 자연재해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2008년 8∼9월엔 허리케인 4개가 연달아 상륙하면서 800여명이 숨지는 등 해마다 허리케인 관련 사망자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엔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아이티 불법이민자를 태운 배가 카리브해에서 전복돼 8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조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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