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드라마나 영화 등 출연진 소개와 작품의 진행 상황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사인 제작발표회. 보통 첫방송이나 개봉일로부터 일주일에서 이주일 전에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작품의 첫 공식 행사인 만큼 제작발표회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다.
시상식 못지 않은 스타들의 화려한 패션 그리고 촬영 에피소드 등은 발빠른 현장 기사로 보도돼 행사 직후 관련 검색어가 포털 상위권을 장악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는 단연 '홍보'다. 기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시청률이나 관객수를 올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톱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의 경우 행사장에는 팬들이 보낸 각종 화환들로 가득하다. 팬클럽 이름이 명시된 화환에는 '대박 기원' 등의 문구와 함께 스타에게 힘을 실어주는 애정어린 문구들이 적혀 있다.
◇ 작품의 흥행, 제작발표회로 미리 점친다?
무엇보다 제작발표회는 처음으로 언론에 작품을 공개하고 소개하는 자리다. 때문에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첫번째 관객이자 시청자가 된다.
현장에 되도록 많은 취재진들이 참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기자들의 반응 또한 중요하다. 그날의 반응과 분위기가 향후 작품의 성공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 홍보 관계자는 "제작발표회날 기자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본다"며 "인터뷰에서 질문의 내용만 보더라도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인지 알 수 있다"고 귀뜸했다.
현장에서 처음 공개되는 하이라이트 영상에 대한 반응 뿐 아니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뤄지는 밀착 인터뷰(라운드 인터뷰) 또한 중요하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기자들과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질문의 내용과 수 그리고 관심도를 통해 작품의흥행 여부가 점쳐지기도 한다"며 "분위기는 딱딱하지만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 호텔? 영화관? 제작발표회 장소 섭외의 비밀은…
제작발표회 장소는 어떻게 정해질까. 서울 시내의 유명 호텔이나 멀티플렉스 극장 등에서 주로 열리는 제작발표회 장소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선이다. 접근성이 편해야 참여자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고급스럽거나 경쾌하게 분위기를 맞춘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여성일 경우 세련되고 화려한 공간을 선호하는 반면 활동적이고 액션신이 많은 경우에는 클럽 등에서 개최하는 식이다. 또한 하이라이트 상영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가능한지도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당일 공개되는 영상 상영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랄 때에는 극장을 선호한다.
장소가 다수의 기사에 노출되기 때문에 협찬이나 무료 장소 제공 등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거의 드문 일이다. 사용료는 행사장에서 제시하는 견적서에 따라 이뤄진다. 예상 인원수에 비례해서 가격이 측정되며 수가 많을 경우에는 할인 혜택도 있다. 간혹 무료 장소 제공이 되기도 한다. 자사의 계열사 행사장을 이용하거나 레스토랑이나 카페서 열리는 소규모 행사의 경우다.
호텔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섭외도 까다롭다. 한 케이블 방송 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호텔에서도 자체적으로 자사 이미지에 맞게 행사를 선별한 후 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모든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외로 70여 명 이상을 수용하는 장소가 많지는 않다"며 "예상보다 인원이 초과되어 자리 배치에 불편이 없도록 되도록 넉넉한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장소 섭외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 날짜 정하기. 무엇보다 가장 힘든 점은 출연진들의 스케쥴 맞추기다. 촬영 일자와 출연진들의 스케쥴 중 최대공약수를 찾아 장소 섭외 가능한 날짜와 다시 한번 조율을 한다. 또한 블록버스터 작품의 행사나 사회적 큰 이슈가 있는 시기에는 되도록 행사를 미루거나 앞당긴다.
◇ 빛 좋은 개살구?…'호화판' 행사로 눈총도
하지만 이같은 행사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몇년 전까지 대부분 방송국 회의실 등에서 간단히 간담회를 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고급 호텔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20년 경력의 유명 드라마 PD는 "도대체 요즘 유행처럼 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상업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작품만 잘 만들어 보여주면 되는 것을 호텔에서 천만원씩 쓰면서 왜 쓸데없는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모 방송국 관계자는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의 경우 제작발표회 자리가 너무 썰렁해 난감한 경우가 있었다"며 "딱히 관심 갈만한 상황이 없는 작품일 경우 '껍데기 행사'로 비춰지는 경우가 있어 굳이 제작발표회를 해야하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에는 해외 판권과 광고를 통한 수익을 염두해 두고 일부러 보여주기 식의 큰 판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한 제작 관계자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은 경우, 제작발표회장에는 투자자들과 해외 취재진을 비롯해 대사관의 관계자가 초청되는 경우도 있어 행사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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