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어둠의 이면이듯 사랑 또한 죽음의 뒷면일지 모른다. 뜨거움 입에 물고 사랑을 속삭이지만 그 뜨거움은 혀를 깨물게 하는 순간을 재촉한다. 그리하여 어두운 밤 그대 방을 겨우 밝히다 굳은 혀를 깨물고 돌아서지만 여전히 작은 촛불 하나 관성처럼 가슴에서만 파닥이고…. 이 어둡고 화려한 사랑의 풍경 위에 시인은 많은 달을 띄우는데, 그 달은 “내 가슴 속 심장이 있는 자리에서 두근대고” 있지만 때론 “모래로 뒤덮여 있어” 어둡고 또 때로는 “검은 못자국이 난 달이/ 처형받은 자의 모습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어느 날이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처럼 보이다가 “저녁 산책길/ 달이 고양이처럼 푸른 눈을 뜨고 나를” 따라오면서 “파르르 떨리는 달빛/ 놀란 고양이가 내 손등을 할퀴고 / 어느새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그 달에서는 평화로운 음악도 들려온다.
“달에는 참 많은 물고기들이 뛰놀고 있어/ 깊은 밤 두 손을 들어/ 밤하늘에 뜬 둥근 달 찰랑이는 물속에 담그면/ 손가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수많은 물고기들/ 달의 어항에 갇혀 금빛 지느러미를 흔들며/ 맴을 도는 작은 물고기들”(‘달의 음악을 들어라’ 부분)
감각적인 달의 이미지들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달과 함께 시인이 전작 시집들에서 주로 드러낸 짐승들의 이미지의, 이를테면 “어두운 밤/ 홀로 방 안에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양떼 우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염소떼 우는 소리가 들리고/ 개가 짖고 성마르게 고양이가 울어대고/ 검은 말들이 마른땅에 발굽을 부딪치며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닭이 홰치는 소리/ 소가 여물을 씹어먹으며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밤의 연안’ 부분) 같은 시들도 빠지지 않았다. 시인은 “나의 짐승들은 대부분 밤에 오고, 그들은 달밤의 전령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남진우씨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말해졌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직 전혀 말해지지 않은 듯하고, 세상은 늘 새롭고 모든 것은 거듭 말해져야 한다”고 시인의 말에 써 넣었다.
조용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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