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3억원의 융자를 받아 2007년 개원할 당시만 해도 A씨는 병원 운영에 자신이 있었다. 돈에 쪼들리지도 않았고 큰 욕심이 없었던 A씨는 과잉진료나 낙태 등 불법시술을 하지 않고도 회사원 봉급 정도의 수익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A씨의 생각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 선배는 “산부인과 진료·치료만 갖고 병원 운영이 안 되니 피부과도 같이해야 한다”고 조언해 레이저 시술법을 배우기도 했다.
개업 첫달은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 전에 근무했던 분만전문병원에서 받은 봉급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그런대로 만족했다. 그러나 둘째 달부터 수익이 점차 줄더니 적자가 지속됐다. 세무사는 “세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이유는 진료 수가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다. A씨는 “고름을 제거하는 데 20분 넘게 걸리지만 의료수가는 기계값도 안 나올 정도인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비보험인 영양제 주사를 권유하고 낙태 등 불법·편법적인 방법을 써야 했지만 ‘원칙’을 지키고 싶어 적자를 감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피부과 진료를 시도했지만 환자를 속이는 것 같아 이마저도 포기했다. A씨는 “피부과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오면 ‘내 전공도 아닌데, 실력도 없으면서 책임도 못 질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낙태는 병원 매출의 10%로나 될 정도로 너무 달콤한 ‘사탕’”이라며 “대한민국의 산부인과가 제대로 여기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 사탕’을 반드시 뺏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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