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고발한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도발적인 방식’으로 낙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이하 진오비)은 불법 낙태의 실상을 고백하고 “나부터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도발적인 방식’으로 낙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이하 진오비)은 불법 낙태의 실상을 고백하고 “나부터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낙태는 결코 거론하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이며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주홍글씨’다. 진오비가 정부와 사회, 동료 의사들에게 더 이상 낙태를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낙태 근절 노력이 사회적 캠페인으로 지속할지 ‘찻잔 속 태풍’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확한 통계자료 없는 낙태=낙태만큼 부실한 통계가 없다. 낙태는 모두가 숨기고 싶은 사실이며 그만큼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5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가 정부의 낙태 관련 전수 조사로는 처음이며 유일하다. 보고서에는 15∼44세 가임여성의 연간 낙태 건수를 34만2433건으로 추정했다. 연령별 인공임신중절률(1000명당)은 20∼24세가 42.2건으로 가장 많았고 ▲25∼29세 40.0건 ▲30∼34세 38.0건 ▲35∼39세 32.7건 ▲40∼44세 13.4건 ▲15∼19세 8.1건 등의 순이었다.
낙태 가운데 유전 등 현행 모자보건법상 허용되는 경우는 1만4939건(4.36%)에 그쳤다. 95% 이상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형법 269조와 270조에는 낙태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대답 없는 정부=낙태는 연간 1000억원대 이상의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은 ‘옷 한 벌’ 또는 ‘가방 한 개’ 값으로 쉽게 낙태를 할 수 있고, 의사 입장에서는 세금 한푼 내지 않고 한 건당 30만∼40만원의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낳은 결과다. 정부는 낙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단속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진오비 활동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낙태에 관한 자정운동을 환영한다”면서도 “낙태 현장을 잡기도 어렵거니와 처벌만 한다고 해서 낙태는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 문제는 미혼모 지원 대책과 청소년에 대한 실제적인 피임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국민의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는 지난해부터 인공임신중절 예방·감소와 관련 법·제도 정비를 위해 종교계와 의료계, 학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생명포럼’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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