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을 버리면 사는 게 즐겁지 않나?“
일본의 특이한 문화적 현상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코스프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주인공과 똑같은 분장을 하는 행위는 보는 이에게는 분명 이색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코스프레를 하는가’하는 점이다.
사실 이는 일본의 기성세대들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게 나의 취미다’라고 말한다면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분명 ‘특이한 취미’라는 점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이들의 심리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인니뽄 매거진>은 코스프레를 취미로 하고 있는 한 여성과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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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사쿠라씨. (좌측) 사쿠라씨의 남편 야스씨 |
▲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 이름은 사쿠라(가명), 나이는 26살이다. 이렇게 어려 보여도 결혼도 해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 그것에 푹 빠졌다“
▲ 처음에 어떻게 코스프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처음 시작한 동기는 단순했다. 5년 전에 이렇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무작정 저렇게 옷도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용기를 내서 코스프레를 하게 되니,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라고 할까. 어쨌든 그렇게 남들의 색다른 시선은 받아보면서 코스프레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 직장은? 혹시 일도 코스프레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코스프레는 단지 취미활동일 뿐이다. 얼마 전 까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인터넷으로 ‘데이 트레이딩’을 한다. 아직까지 딱히 큰 성과는 없지만 …
▲ 코스프레를 즐겨 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통한 활동도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런 활동에 많이 참여해봤나?
-단체로 여러 명이 모여서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난 혼자서 하는 것이 더 편하다. 한번은 여러 명이서 같이 해본 적도 있는데, 서로 입고 싶은 의상도 맞춰야 하고, 시간도 조절해야 하고 약간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혼자 하는 편이다.
“몰입이기 보다는 ‘그냥’ 하는 것이다“
▲ 코스프레를 하면 보통 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기는가?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주인공의 옷을 입으면 자신도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든지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코스프레를 하면서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다)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정에 아주 심각하게 몰입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사람마다 좀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그저 나만의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만족하다. 하지만 테마는 늘 정해져 있다. 검은색을 기조로 해서 독을 뿜어내는 강한 개성의 주인공을 많이 따라 한다.
▲ (남편에게) 부인의 기분이나 의상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지 알고 싶다.
-음, 그런 것 같다. 그 날의 패션에 따라 조금씩 성격도 달라진다. 아주 많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고, 약간 미묘하게 변하는 수준?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그 변화를 모를 수도 있겠다. 나는 남편이니 비교적 그러한 변화를 잘 캐치할 수 있는 것 같다.
▲ 함께 코프스레를 해본 적은 없나?
-특별히 같이 하려고 한적은 없다. 코스프레는 내 아내의 취미이고 난 그냥 지켜보는 걸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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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하라주쿠의 메이지진궁 앞으로 코스프레를 하고 모여드는 일본 젊은이 |
“본인만 즐겁다면 문제 될 거 없다고 본다”
▲ (다시 사쿠라양에게) 혹시 주위 친지분들은 코스프레 취미에 대해 알고 있는가? 혹시 알고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주위 사람들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본인만 즐겁다면 특별하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취미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의상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고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일해서 벌은 돈으로 장만하는 거라 그 부분도 이제는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가?
-사실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 단순한 정도의 코스프레만 한다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액세서리 하나하나까지 똑같은 걸로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들어가요.
▲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코스플레를 할 생각입니까?
- 음… 젊음을 유지할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한 세른살까지?
▲ 마지막으로 일부 사람들은 코스플레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는 게 즐겁지 않을까. 자신을 위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는 자신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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