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니뽄 매거진의 한국vs일본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네이밍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 환경에 있어서 창의성은 사운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죽어가던 애플사를 살려낸 결정적인 공신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아이팟(i-pod)이 아니었던가. 그 후 아이팟은 승승장구하던 기존의 1위 업체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미국 MP3 시장의 75%를 장악하면서 ‘최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만약 아이팟이 나온 뒤에 한국의 어떤 회사가 아이팟의 디자인과 기능을 똑같이 모방하고 색깔마저 비슷하게 한 뒤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고 하자. 이름하여 ‘에이팟’. 이 제품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살아 남는 문제는 두번째 일 것이고 도덕적 비난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결국 어떤 기업도 ‘에이팟’을 만들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료 <17차>라는 것이 있다. 유명 여배우를 기용한 CF덕에 음료 자체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 음료수가 처음 나왔을 때 네이밍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17차? 뭐가 17이라는 거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면 네이밍에 대한 이해가 확실해지고 이와 함께 머리에 각인되는 효과까지 발생한다.
‘아~ 그래서 17차구나. 기발하네, 17차’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에는 16차가 있다. 아사히 음료에서 만든 16차는 이미 1993년에 시판되기 시작했고 17차는 2005년에 시판되었다.
「남양유업의 17차」 「아사히음료의 16차」
국내의 한 블로거는 익명의 출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17차 개발팀은 16차가 이미 있다는 걸 알고도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17차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무성의하게 비슷한 성분을 넣고 똑같이 16차라고 이름 붙이지 않은 것이 그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에이팟’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팟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신감으로 우리는 에이팟을 만들었다. … 아이팟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은 것이 그 증거인지도 모릅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네이밍은 비단 17차 뿐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맛있는 우유’를 보자. ‘맛있는 우유’는 간단하지만 명쾌하고 확실한 네이밍으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데 일본에는 ‘오이시이 규뉴(맛있는 우유 ? 명치유업)’라는 똑 같은 이름의 우유가 있다. 디자인 역시 화이트와 블루를 메인 칼라로 사용한 것까지 똑같다.
당시 명치유업에서는 신상품의 우유 출시를 앞두고 수백가지의 안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오이시이(맛있다)’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너무 평범한 단어인데다, 맛의 인상은 사람에 따라 제각기라 네이밍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츄럴한 맛의 제조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알기 쉬운 이름이라는 점에 '맛있다'라고 한다면, 구매고객이 한번은 사 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 명치유업 홈페이지)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17차>와 <맛있는 우유>를 만들어낸 회사는 공히 남양유업이라고 하는 국내 굴지의 유업 회사라는 점이다.
제품 자체에 대한 창의성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한 네이밍도 제품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일부 기업들을 무시하는 것은 그들이 창의성이라는 기업의 소중한 가치를 완전히 포기한 채 끊임없는 짝퉁 제품과 짝퉁 네이밍을 반복한다는 데에 있다. 남양 유업이 만들어낸 제품들이 짝퉁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름만큼은 ‘짝퉁스럽게’ 지어낸 것은 사실이 아닐까.
17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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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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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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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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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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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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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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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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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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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씨, 산수유, 녹차, 궁정보이차, 우이보스티, 율무, 둥글레, 결명자, 귤피, 메밀, 백차, 히비스키스, 대맥, 우바롱차, 흑두, 옥수수,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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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 대맥, 흑두, 현미, 참깨, 비파잎, 뽕잎, 녹차(단차), 다시마, 대나무종류, 감잎, 두중잎, 시소잎, 허브차, 영지, 귤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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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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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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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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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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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17tea.namya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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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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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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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뽄 매거진(관련기사 더보기 클릭!) www.innippon.net 이메일 chaery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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