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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의 氣를 듬뿍 드립니다

입력 : 2009-11-05 18:06:14 수정 : 2009-11-05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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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묏길' 산기슭 100리 길 기체험 산책로로 꾸며
'기찬랜드' 천연 맥반석 암반수 모아 워터피아 조성
◇왕인 박사 동상
작은 기침에도 주눅 드는 시대다. “기(氣)죽지 말자”는 문장을 되뇌는 현대인이 많은 게 이상하지 않다. 전남 영암 여행에서는 잔뜩 기를 받고 올 수 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은 기상을 지닌 산. 월출산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 풍수사상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평한 월출산에 관한 설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영암에 다녀온 이들은 이 말에 동의하게 된다. 주눅 들거나 기죽었던 사람일수록 영암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암은 기찬랜드와 기찬묏길 등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기를 살려줄 것 같다. 월출산이 자연이 빚은 전통의 명품 관광지라면, ‘기(氣)찬묏길’과 ‘기(氣)찬랜드’는 영암이 새롭게 내놓은 명품이다. 기찬묏길은 새로운 에코여행의 산책길이고, 기찬랜드는 자연풀장 등이 들어선 새로운 관광지다. 영암이 가진 기를 표현한 장소들이다.

이런 브랜드가 나온 과정이 재미있다. 이 과정에는 김일태 군수와 지역 출신 학자들이 동원됐다. 영암이 가진 기를 정리했다. 복잡하지만 개념화가 가능했다. 역사와 전통의 정기(精氣), 자연환경의 신기(神氣),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생기(生氣),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의 활기(活氣) 등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인 박사의 가르침이 정기라면, 가야금 산조를 태동시킨 힘은 생기였다. 월출산에서는 신기를 접하고, 대불자유무역지역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기를 군민에게 불어넣고, 외지인에게 경험하게 하는 곳이 기찬랜드. 월출산 100리 길 기(氣)체험 산책로로 조성하고, 이름을 ‘기찬묏길’로 붙였다. 대상은 월출산 100m 이하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숲길이 온전히 완성되면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 입구에서 미암면 미암리 흑석산 삼림욕장 일원까지 40㎞에 이른다. 군청은 40㎞를 다섯 구간으로 나눴다. 영암의 기를 고루 접하도록 명칭 부여에도 고민했다. 그래서 다섯 구간의 이름을 ‘문화 체험’과 ‘역사 체험’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기를 주겠다며 영암군청이 조성한 기찬묏길(왼쪽)과 기찬랜드. 자연을 벗삼아 남도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찌든 피로가 사라진다.
올해 7월 공개한 첫 구간을 걸어보니 힘들지 않았다. 이곳은 월출산이 영암들판과 만나는 기슭을 에두르는 산책로다. 월출산이 가진 물과 나무, 바위, 공기가 마중을 나온다. 여기에다가 영암들판이 가진 풍요, 여유,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모든 구간을 거닐려면 201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탑동삼거리에서 용추폭포가 있는 기찬랜드까지 5.5㎞에는 가을 냄새와 함께 지난여름 이곳을 만들어낸 땀 냄새가 여전한 느낌이었다. 나무로 만든 다리와 이정표 등이 깨끗하게 기찬묏길 구석을 메워주고, 이어주고 있었다. 시멘트와 흙, 자갈, 벽돌 등이 길을 채우고, 주변은 깔끔하다. “새로 조성된 묏길 주변의 잡목들을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걸”이라는 행인의 말이 들린다. 동행한 군청 직원은 “2∼3년 지나면 묏길에서 사계절의 내음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선의 결정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

첫 구간을 걷고 나니, 기찬랜드가 나온다. 지난여름엔 이곳에 5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했다. 기찬랜드는 월출산 계곡에서 흐르는 맥반석 암반수를 모아 조성한 일종의 워터피아다. 삼림욕장과 모두 5개의 수영장이 들어서 있다. 수영장은 수심에 따라 어른용, 어린이용, 가족용으로 나뉜다. 그 옆에는 발 마사지 등을 통해 기를 보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을 찾은 주민들의 표정이 밝다. 지금은 군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지인에게도 이 시설을 개방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라면 영암은 하루에 다녀오기는 먼 곳이다. 군서면 해창리의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은 나트륨을 함유한 온천 물이 나온다. 스파와 객실에 공급되는 물은 지하 600m에서 올라오는 천연 맥반석 암반수다. 모든 객실에서 월출산 전경을 볼 수 있다.

영암도 남도 특유의 별미를 자랑한다. 연포탕과 갈낙탕 등 낙지요리가 그것. 낙지요리 전문음식점이 학산면 독천리 일대를 중심으로 40여곳이 있다. 청하식당(061-473-6993)에서 새우젓 등 19가지 젓갈과 함께 내놓는 낙지풀코스 요리는 외지인의 혀끝을 간질거리게 한다.

영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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